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사진) 일본 경제기획청장관은 4일 『한국이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려면 경제체제의 개혁, 정치적 안정, 세계경제의 안정 등 3대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도쿄(東京)주재 외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위기 및 일본 경제의 도전과 극복 전망에 대해 해박한 식견을 펼쳤다._일본 경제의 최대 과제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가사(家事)의 아웃소싱(Out-Sourcing) 등을 통해 아이를 키우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외국 인적 자원도 활용해야 한다. 2007년부터 노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감소분의 10~30%는 외국에서 보충해야 한다』
_한국 등 아시아 경제위기 회복 전망은.
『한국 등 아시아경제의 위기는 고도성장 진입 단계의 위기라는 점에서 65년 일본경제 위기와 비슷하다. 당시 계열화라는 새로운 기업관계가 태어나 규격대량생산에 대응할 수 있었다. 또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7년 내각하의 정치 안정, 73년 오일쇼크때까지의 세계경제의 안정이 중요한 변수였다. 따라서 경제체제의 개혁과 정치 안정, 세계경제의 안정 등 3대 조건이 충족되면 한국 등은 다시 고도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
_저금리 정책을 계속할 것인가.
『금리 저하로 연금생활자 등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이나 물가 하락을 감안하면 아직도 고금리라는 정반대의 주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 기업 도산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로 보아 저금리 정책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_엔고 저지는 주가를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 아닌가.
『엔고 저지는 주가나 특정 경제전략 때문이 아니다. 기업의 주주자본수익률(ROE)이 1% 밖에 안되는 데다 달러당 115~120엔 이상의 엔고에는 견딜 수 없다는 인식이 기업에 무성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다』
_자민당 정권이 제3의 혁명을 주도할 능력이 있나.
『경제위기로 97·98년 일본 정치가와 관료는 오랜 미몽에서 일단 눈을 떴다. 지난해 은행을 쓰러뜨려 전후 50년간의 금융기관 부도(不倒) 신화를 무너뜨린 것이 한 예이다. 일본은 이상하게도 동일 집단의 급격한 윤리관의 변화가 역사를 떠밀어 왔다. 메이지유신의 주도 그룹은 「존왕양이(尊王攘夷)」에서 돌연 「문명개화(文明開化)」로 입장을 바꾸어 근대화를 성공시켰다. 전후 평화와 성장을 가져 온 지도층도 사실은 전쟁의 주범 아니었나』
_지금 일본에 요구되는 가치는.
『일본은 지금 메이지(明治)유신과 전후의 「맥아더 개혁」에 이은 세번째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일본사회에서는 효율과 안전, 평등이 3대 정의로 통했다. 평등과 상충할 때 누구나 버렸던 자유를 복권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나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탐욕과 변덕과 태만을 인정하고 질투를 존중해야 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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