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해 구호와 복구작업의 일등공신은 낮은 처우와 감원대상으로 설움받던 일선 동사무소와 소방서의 하위직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집이 침수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주민대피 및 수해복구 작업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활약,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경기 연천군 미산면사무소 9급공무원인 조철인(趙哲仁·38)씨는 1일 수해대비 철야근무중 자신의 집이 지붕까지 완전히 침수됐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수해 복구작업 때문에 가족들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연천군 군남면사무소 기능직 공무원 윤원선(尹沅善·48)씨도 『침수된 집을 뒤로 하고 4일째 수해현장을 돌며 구호품을 돌리고 있다』며 『공직자인 만큼 자신보다는 주민을 우선하는 것이 당연한 본분』이라고 대답했다. 파주시청 사회복지과 직원 2명도 자신의 침수피해를 알리지 않고 구호작업에 전념하다 뒤늦게 피해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난해 이후 인원감축으로 일손이 달리는 가운데서도 일선공무원들은 구호작업에 고군분투했다. 월계4동사무소 토목담당 서기보 김만유(28)씨는 『직원수가 지난해 25명에서 올해 21명으로 줄어들어 일손이 턱없이 모자랐지만 모든 인력을 수해복구에 투입했다』고 말했다. 서울 상계1동사무소 김중호(45)계장도 『여직원이 전체의 30~40%에 달해 피해점검이나 수해복구에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서울 공릉3동사무소 서무주임 전광현(50)씨는 『부모님 집이 수해를 당했는데도 현장에서 수해복구 지시에 따라준 직원들이 있어 빠른 피해복구가 가능했다』며 『며칠간 뜬 눈으로 지샌 직원들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비록 처우가 낮고 일이 힘들지만 결국 현장작업은 자신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도봉구의 한 동사무소 직원은 『상급구청 직원들은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고 주민들은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면서 『우리를 퇴출대상이나 나태한 공무원으로 바라보는 냉소적인 태도가 가장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조용범 prodigy@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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