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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돌부처' 전성시대 막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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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돌부처' 전성시대 막내리나

입력
1999.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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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전성시대는 끝나 가는가.2인자그룹 약진으로 세력재편 움직임

평온하기만 하던 국내 프로바둑계에도 「기상이변」이 오는가.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이창호 1인 왕국」에 올 여름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그 모양새가 집중호우로까지도 발전할 기세다.

태풍의 진원지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라던 이창호9단. 물샐 틈없이 든든하던 그의 철옹성에 심상치 않은 균열조짐이 보이고 있다. 6월 29일 중국 춘란배 결승전에서 스승 조훈현 9단에 완패, 우승을 뺏긴 뒤 현재까지 국내기전에서 내리 3패째. 춘란배 최종전까지 포함하면 국내기사한테 네판을 연거푸 진 셈인데 평균 승률 90%대를 유지해온 그로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특히 바둑계 일각에선 이9단이 자신의 전공분야라고 할 수 있는 「끝내기 바둑」에서 잇따라 패한 점을 들어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 「쇠락의 서막」이 아니냐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9단은 2일 열린 33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1국에서 도전자 유창혁9단에게 281수만에 백 반집패했다. 이날 대국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종반까지 미세한 상황이 계속됐으나 막판에 이9단이 부분적인 끝내기 실수를 범해 승부가 갈렸다. 이9단은 또 지난달 26일 제4기 테크론배 유9단과의 준결승전에서도 중반이후 형세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강수를 연발, 다 이긴 바둑을 놓쳐 「신산(神算)」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앞서 PCS 016배 제7기 배달왕기전 본선(7월 21일)에서는 동갑내기 단짝인 최명훈7단에 243수만에 백으로 5집반을 져 16강 탈락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큰 승부(춘란배)를 놓친 뒤 정신적 충격으로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면서도 『끝내기에서 뒤집기를 당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창호 한테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다른 경쟁자들이 창호의 수를 이제 웬만큼 파악했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돌부처」(이9단의 별명)가 심각하게 흔들거리는 사이 조훈현·서봉수·유창혁·최명훈 등 2인자 그룹은 서로 물고 물리면서 눈에 띄는 약진을 하고 있다. 선전이 단연 돋보이는 기사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유창혁9단. 이9단과의 최근 대국 2판을 주무기인 「공격」이 아니라 「미세한 끝내기」로 승리로 이끈 유9단은 전에 없던 노련미로 왕위와 테크론배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일본바둑 1인자 조치훈9단을 격파하고 현재 제12회 후지쓰배 결승에 올라 있는 상태. 유9단은 7일 도쿄에서 열리는 제12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서 중국 마샤오춘(馬曉春)9단과 맞붙는데 이번 대회를 제패할 경우 96년 잉씨(應氏)배 우승이후 3년만의 세계 정상복귀.

지난해까지만 해도 2인자 그룹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던 「야전사령관」 서봉수9단의 재기도 괄목할 만하다. 서9단은 특유의 뚝심으로 천원전(결승 진출)과 테크론배(준결승 진출)에서 분전, 92년 국기전 우승을 끝으로 무관(無冠)으로 전락한 지 7년만에 타이틀 보유자 대열에 진입할 호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23승7패로 승률도 전성기 때 못지 않다.

조훈현9단은 왕위전 도전자결정리그전에서 동률재대국 끝에 유9단에 지긴 했지만 올들어 80%대의 승률을 유지, 근래 5년간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지난 달 6단에서 7단으로 승단한 최명훈은 제30기 SK엔크린배 명인전 도전자 결정전에 올라 조9단에 1대0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두명 모두 최근 이창호로부터 기분좋은 승리를 맛본 상태. 이러한 2인자 그룹의 상승세가 올 하반기 한국바둑의 세력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 자못 궁금하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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