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밟고라도 상원의원이 되겠다』뉴욕주 상원의원을 향해 뛰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 2일 발매된 화제의 잡지 「토크」 창간호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을 깍아내린 것을 두고 미 정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힐러리는 클린턴의 섹스스캔들 당시 심경에 대한 이례적 단독인터뷰를 통해클린턴이 어린 시절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것이 바람기의 원인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힐러리는 『그가 너무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할머니 사이의 끔찍한 갈등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미 10년전에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람기의 원인을 뿌리뽑기 위한) 그의 반성도 노력도 부족했던 셈』이라고 남편을 심리적 결함이 있고 의지가 박약한 인물로 만들어 버렸다. 또 자신은 대통령 부인이라는 지위를 잃기 싫어서가 아니라 「모자라고 불쌍한」 남편이지만 『사랑 때문에』 스캔들 동안 곁을 지켰다는 것이다.
즉시 기자들은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느냐』 『부인의 인터뷰에 어떤 입장인가』 등등 물고 늘어졌다. 결국 조 록하트 대변인은 『대통령이 심리적 학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고 시인해야 했다. 이어 『대통령은 인터뷰 기사가 힐러리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사내용을 편안하게 받아 들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나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캠프와 그를 지지하는 일간지 뉴욕 포스트는 힐러리의 인터뷰가 고도로 계산된 정치술수라고 포문을 열었다. 선거전에서 한 번은 불거질 남편의 섹스스캔들 문제를 미리 해명해 김을 빼면서 동시에 자신을 희생자로 부각시켜 동정표를 얻으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힐러리는 뉴욕에서 이미 불을 뿜은 상원 선거전을 의식해 다양하고도 치밀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토크지 창간호의 단독인터뷰도 그런 흔적이 역력하다. 힐러리가 올해초 아일랜드와 아프리카를 방문할 때 뉴스위크 등 기존 언론을 빼고 창간 준비중인 「토크」 기자를 동승시키는 등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줄리아니 시장은 지난 6월 힐러리가 창간호 표지 인터뷰로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 토크가 뉴욕시 관리하의 해군조선소 부지를 창간기념행사장으로 사용신청한 것을 불허하기도 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들은 『힐러리가 「상처받은 미국 여성들의 수장」이라는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