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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박사의 무덤] 50년만에 채운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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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버트 박사의 무덤] 50년만에 채운 묘비명

입력
1999.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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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비어있던 묘비명이 채워진다. 묘비의 주인공은 1907년 헤이그에 고종의 밀사로 파견되는 등 독립운동에 헌신한 미국인 헐버트(1863~1949) 박사. 그의 묘비명이 이제야 채워지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49년 7월에 정부의 초청으로 방한했다가 일주일만에 별세한 그가 한국에 묻히기를 원해 사회장이 치러졌다. 초청했던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헐버트 박사의 무덤」이라는 묘비명을 써주기로 했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약속이 하루이틀 미뤄지게 된 것. 이 대통령이 물러나고 헐버트 박사의 묘비명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났다.

그런 사연을 찾아낸 것은 평소 독립운동에 관심이 있던 사회운동가 정용호(鄭龍鎬·37)씨. 정씨는 88년 언론인이자 독립 운동가인 고 김을한(金乙漢)씨의 「인생잡기」라는 책을 읽다가 헐버트 박사의 묘비명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전직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현직의 몫이라 생각해 청와대에 청원을 하기를 92년과 93년 두 차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50주기를 맞아 지난달 16일에 또다시 청와대에 문을 두드렸다. 뜻밖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사정을 알고 이에 흔쾌히 응했고 이번 휴가 중 청남대에 머무르면서 「헐버트 박사의 묘」라는 휘호를 써주었다.

『이제야 한국인으로서의 도리를 다한 기분』이라는 정씨는 5일에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신복룡·申福龍 건국대 교수)와 함께 5일 오전 10시 30분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서 50주기 추모식과 묘비 제막식을 갖기로 했다.

/배성민기자 gai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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