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와 강원일원의 물난리는 인재(人災)라기보다 관재(官災)라고 불러야 옳다. 최고 800여㎜의 엄청난 비가 며칠동안 집중적으로 쏟아진 천재지변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예방에 대한 무신경이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해 때마다 하천 보강공사와 댐 건설, 빗물펌프장 건설 등의 계획을 발표했으나 수재는 올해도 반복됐다. 오죽하면 동두천시의 한 공무원까지 『지난해 엄청난 물난리를 겪고도 1년동안 행정기관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겠는가.이번 수재가 관재라는 배경은 또 있다. 경기북부 지방은 몇해전부터 개발바람이 불어닥쳤다. 농촌마을에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건설됐고 각종 유흥·숙박시설 등도 무더기로 들어섰다. 지자체들은 이에 앞서 상수도 공급 및 하수처리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했어야 했다. 그러나 종합개발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건설을 허가해 새로운 대규모 주거지가 형성됐다. 이들 지역의 치수계획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는 인근 주택보다 먼저 물에 잠긴 아파트 단지가 말해주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인구를 수용할 신도시의 경우 정부가 재해예방을 포함한 종합개발계획을 먼저 수립한 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수도공급과 하수처리 계획도 의무조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도시에서는 우선 짓고 보자는 건설업자들의 욕구와 세수확보에 급급한 지자체간에 이해가 맞아 떨어져 주거단지들이 난립하고 있다. 경기북부는 대부분 하천의 표고가 인근 주거지보다 높은 천정천이 많아 치수계획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부의 책임도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행정자치부의 방재기능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정부는 인위적인 재난과 자연적인 재해로 나누어 관리하던 체계를 통합,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를 3국11과에서 2국5과로 줄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가장 중요한 업무를 경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최근 엘니뇨 라니냐 등 기상이변과 함께 자연재해가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가스폭발·대형화재·건축물붕괴 등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폐지했던 국정홍보처는 부활하면서 민생과 직접 관련이 있는 방재기능에는 무심했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두고 방재업무를 총괄토록 하고, 일본도 고베지진 이후 아시아방재센터를 개소하는 등 방재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방재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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