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수해로 고립된 경기 파주시 문산읍 문산4리 한진아파트 101동 1109호에 사는 조홍연(49)씨. 조씨는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부친상을 당했다. 집에 빈소를 마련해 3일장을 치르고 2일 새벽 발인할 예정이었다.
1일 새벽 폭우로 조씨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순식간에 1층까지 물에 잠겨버렸고 일순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처음에는 폭우로 문상객들을 받지 못한 것이 문제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유해를 옮기는 것이 고민거리가 됐다.
하루정도 지나면 물이 빠질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조씨와 가족들은 아파트 밑을 감도는 황톳물에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조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한진 아파트 주민들은 파주시청과 인근부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대한 적십자사와 인근 육군 전진부대 공병대대 장병들이 합세하여 3일 조씨 부친의 유해를 수송하기로 했다.
3일 오전 10시. 40여명의 장병들이 5대의 보트에 나눠 타 침수된 아파트에 도착했다. 먼저 작업인원이 반이 넘게 잠긴 1층 현관으로 진입, 11층 조씨의 집으로 올라가 관을 내리기 시작했다. 40여분의 힘겨운 작업 끝에 시신을 보트에 고정시키고 유가족도 올라탔다.
가족들은 뭍으로 나와 간단한 바례제를 행한 후 인근 금촌도립병원 영안실로 시신을 옮겼다. 조씨는 『아버지가 가시는 마지막 길을 이렇게 힘들게 보내드리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빨리 폭우가 멈춰 고통받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주=김현경기자 moo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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