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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먼 동네의 물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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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칼럼]먼 동네의 물난리

입력
1999.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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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기위해서 주부들이 한밤중에 일어나 연탄을 갈던 시절이 있었다. 연탄의 질이 나빠 자주 불이 죽고, 다시 불을 살리려면 큰 고생을 해야 했다. 그시절 교수인 한 주부가 신문에 이런 글을 쓴적이 있다.TV에서 물난리 겪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문득 20여년전에 읽은 그 구절을생각했다. 상습수해지역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주민들이 해마다 같은 피해를 입는것은 「신문에 글줄이라도 쓸수있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살지 않기 때문일까. 허리까지 차오른 흙탕물속에서 가재도구를 건져야 하는 고통, 소와 돼지와 개들이 떼죽음하는 그 아수라장을 「힘있는 사람들」이 단 한시간이라도 경험했다면, 그가 사는 지역이 상습수해지역으로 남았을까. 문산 연천 동두천에서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수재가 서울의 「시끄러운 동네」에서 단한번이라도 일어났다면 예산타령이나 하면서 몇년씩 방치할수 있을까.

다소 감정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이 어이없는 사태를 납득하기 어렵다. 수재민들은 울부짖고 있다. 96년 수재에 그렇게 당하고도 댐을 제대로 복구하지 않았으니 서민들은 죽어도 좋다는 말입니까…배수시설을 확충해 달라고 그렇게 외쳐도 군청에선 들은척도 않더니 이제 누가 책임질 겁니까… 구청은 시청에 가라하고 시청은 구청에 가라하니 분통이 터집니다… 96년 수해로 잃은 집을 작년에 겨우 새로 지었는데 또 무너졌으니 하늘도 정부도 너무합니다…이제 인재(人災)란 말은 입에 담기도 지긋지긋합니다!

그들의 분노와 절망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된다. 상습재난지역이 방치되어 있는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진입 운운할 자격이 없다. 복지사회니 균형발전이니 하는 말도 공허한 소리다. 작년에도 심한 수해를 입었던 경기도 북부지역 시·군들은 복구공사와 수재예방 공사를 반도 끝내지 못한채 이번 폭우를 만났다. 피해상황을 보고하고 예산을 얻어내는데 6개월이 걸렸고, 다시 혹한기를 피한다고 발주를 늦춰 장마전에 공사를 끝낼수 없었다니 어이가 없다. 3년전 유실된 연천댐 보강공사는 금년초에야 착공돼 아직 공사중이라고 참으로 절망적인 행정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례적인 장마나 태풍보다 국지성 호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비는 기상이변은 커녕 종래의 큰비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수재예방 공사는 장마가 오기전에 끝내야 한다는 상식조차 외면하고 있다. 요란하게 대책을 발표했던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올여름에도 똑같은 수해를 입으면 어쩌나, 겨우 지은 새집을 또 수마가 덮치면 어쩌나 라고 가슴졸이는 사람은 상습수해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밖에 없다. 정작 가슴졸여야 할 정부부처에선 무엇을 하고 있었나.

요즘 연탄을 때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주부들이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될만큼 질이 좋아졌을까. 연탄을 안 때는 사람들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봐야 특히 그가 국민생활과 관련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연탄때는 사람들의 애로가 남의 일이 아니다. 수해야 더 말할것도 없다. 수재민들은 조직력도 투쟁력도 큰 목소리도 없으니 긴급·중대한 현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여의도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거나 누가 분신자살이라도 해야 호들갑을 떨며 대책을 세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수해를 입을때마다 성금모금에 열을 올리는 언론기관들도 사전예방과 감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시민운동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수재민들의 권익대변에 나섰으면

방재기구를 체계화·과학화하고, 전문인력 양성과 투자를 늘리고, 시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등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 물난리속에서 우리가 기필코 건져야 할 것은 내년 여름 다시 상습수해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다. 정부는 대책이 아니라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

장명수 주필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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