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그 자체가 간접 죽음의 체험입니다. 선택의 매순간마다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죽어야 산다는 건 「해체」와 「조립」의 의미이며 바로 제 그림의 코드이 『화려함은 사실 작가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2년마다 한번씩 갖는 뉴욕의 개인전에서 평론가나 딜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또다시 살아남으려면 「신제품 생산」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다행스럽게도 그는 10년의 시련기를 거쳐 90년대 초반부터 자신만의 고유 코드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생존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대자연의 오리진(근원)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몸의 DNA라고도 할 수 있고 미지의 다이어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뉴욕의 평론가들이 「벡터(Vector)」라는 용어로 표현했던 그의 기하학적 형상은 치밀한 수학적 계산 끝에, 50여회가 넘는 아크릴 칠과 사포질을 통해 얻은 공간적 구조이다. 『그 속에는 제가 살아온 과거와 현재가 담겨 있습니다. 미래도 숨겨져 있지요. 화면위 겹겹이 쌓은 물감층들은 해체와 조립의 무수한 나이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코드로 뉴욕에서의 생존법을 터득했음에 분명했다. 극도의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다시 단순함으로 코드를 옮겨가며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세계는 숨가쁘게 돌아가는 뉴욕에서의 살아가는 요령만을 알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터득한 작가의 자신감과 행복함이었다.
/뉴욕=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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