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집중호우와 침수피해로 80여가구, 190여명의 주민이 길거리로 내몰린 서울·의정부 접경지역 노원마을. 노원구청은 인근 수락초등학교에 긴급구호소를 차려놓고 수재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담당직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엉뚱했다. 『상계동 주민만 수락초교 대피소로 가십시오』순간 노원마을 중에서도 행정구역이 의정부시 장암동에 속한 주민들은 움찔하며 대열 뒤편으로 물러났다. 노원마을은 폭 3m남짓한 골목길을 경계로 장암동와 상계1동으로 행정구역이 갈리는 기이한 곳이었다.
문제는 물난리가 난 상황인데도 대피와 구조작업 과정에서 행정편의적인 「관할따지기」가 공공연히 이뤄진다는 점. 노원마을은 지난해 수해때도 상계동과 장암동쪽 주민이 분리 수용됐고 복구작업도 따로 이뤄졌다. 애초 장암동쪽 주민들은 상계동쪽 주민과 함께 노원마을에 가까운 수락초등학교로 대피했다.
그러나 노원구 수해복구 담당직원은 대피시설과 구호물자 부족을 이유로 장암동 주민은 장암초등학교로 가라』며 91세의 노파까지 쫓아냈다. 결국 교통편도 없던 장암동 주민들은 마을에서 5㎞나 떨어진 장암초등학교까지 배고픔에 떨며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날도 장암동 주민들은 상계동 주민과 동사무소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한두명씩 몰래 수락초등학교로 찾아 들었다. 장암초등학교는 구호물품과 시설이 미비할 뿐 아니라 교통편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곳으로 오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인근 교회나 친척집에서 밤을 지샜다.
장암동 주민 김지현(47)씨는 『집을 잃고 갈 곳 없는 한동네 주민들에게 관할구역을 따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노원구청의 처사에 울분을 터뜨렸다.
노원구와 의정부시는 지난해 수해 이후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배수 및 물막이시설 공사를 미뤄, 비난을 사왔다. 주민들은 『수해대책은 물론이고 인명구호까지 관할 떠넘기기 싸움을 벌이니 수해가 안 일어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수해도 만성적인 관할구역 챙기기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았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