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들이 6㎜로 줄었어요」(사진)는 사람들을 걸리버여행기의 소인국으로 안내한다. 작동원리를 알 수 없는 레이저광선에 쪼여 6㎜로 줄어든 4명의 아이들이 바윗돌만한 빗방울과 밀림같은 잔디밭을 헤치며 기상천외한 모험을 벌이게 된다.그러나 이 영화속 주인공들은 과학을 무시한 공상속의 존재들이다. 사람의 몸을 줄이는 것부터가 현대과학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질량보존의 법칙이라는 넘을 수 없는 강이 있다.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질량을 가진 물체는 화학적이든 물리적이든 어떤 과정을 거친다하더라도 변화 전과 후의 질량이 똑같아야 한다. 따라서 영화처럼 신장 150㎝ 가량의 청소년들이 6㎜로 줄어들어도 질량은 줄어들기전과 동일해야한다.
상대적으로 용기역할을 하는 신체가 작아져 질량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에너지로 바꿔서 저장해야 한다. 그러자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너지=질량 속도의 제곱)에 따라 핵폭발과 맞먹는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 작아진 몸에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해결했다해도 열량유지가 또 다른 벽이다. 사람의 신체를 줄이면 부피는 크기의 세제곱만큼 줄어들지만 피부면적은 크기의 제곱 정도 줄어드는데 그친다. 따라서 부피에 비해 지나치게 넓어진 피부때문에 일어나는 다량의 체온손실을 겪게 된다.
항상 섭시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인간으로서는 체온손실을 막으려면 다량의 열량을 끊임없이 보충해줘야 한다. 방법은 한가지, 24시간 쉼없이 먹어야 한다. 걸리버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 사람들이 거인국 사람들보다 자주 식사를 하는 이유도 바로 열량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18세기에 출판된 걸리버여행기만큼의 과학지식도 없이 만든 단순한 공상물이 돼버린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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