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폭우로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연일 싸우고 있다. 가까스로 소집된 8월 임시국회도 세풍(稅風)사건 등을 놓고 무모한 공방전만 벌이고있다. 또 2일에는 이재민들이 폭우속에 발을 구르고 있는데도 고양시장 보궐선거 필승결의대회를 나란히 열어서 빈축을 샀다. 이런 와중에 국회사무처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멀쩡한 의원회관의 사무실 집기를 새로 교체해 비난이 일고 있다.이번 임시국회는 수도권 및 강원지역의 심각한 폭우피해에 대한 복구대책과 추경안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특검제 도입 및 국정조사권 발동 등에 대한 절충을 마무리지어 그동안 사회를 뒤흔든 고급옷 로비의혹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와함께 몇년째 표류하고 있는 방송법을 비롯, 부패방지법· 인권법· 한일어업협정 체결에 따른 어민지원관련법· 서민층을 위한 소득세법등 세법개정안도 서둘러 처리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여야는 개회첫날에 이어 3일에도 긴급의제발언 등을 통해 세풍사건만을 놓고 치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임시국회도 10일간의 회기를 허송세월하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국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야는 임시국회 개회 전부터 세풍사건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왔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무엇보다 수해복구 및 이재민 구호대책 강구와 민생현안처리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세풍사건은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과 야당파괴 공작이라는 야권의 반발로 맞서있지만 이 사건으로 국회기능까지 마비돼서는 안된다.
세풍사건이 심심하면 정쟁거리로 등장하는 것에도 석연찮은 점이 있다. 그것은 이 사건이 사안의 본질이나 법률적 측면을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가고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여권의 세풍공세가 정치자금문제의 개혁보다는 야권을 압박하는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의혹을 사고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해 8월에 시작한 이 사건수사를 아직도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야당은 여권이 정국상황에 따라 세풍사건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세풍사건에 계속 볼모로 끌려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기위해선 진실규명 차원에서 수사에 떳떳하게 협조하여 빨리 매듭짓도록 해야 한다. 여야는 이번 국회에서 좀 더 성숙한 자세를 보여 야 한다. 이재민들에게 더 이상의 고통과 실망을 안겨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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