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월 실시될 대만 총통 선거가 「3웅정립(三雄鼎立)」 구도로 굳어졌다.이미 사실상의 선거전에 돌입한 「3웅」은 집권 국민당 후보인 롄잔(連戰·62) 부총통, 국민당 탈당 후 무소속출마가 확실한 쑹추위(宋楚瑜·57) 전 대만성장, 제1야당 민진당 후보인 천수이볜(陳水扁·48) 전 타이베이(臺北)시장이다. 지난 4월 탈당해 출사표를 던졌던 쉬신량(許信良) 전 민진당 주석은 지지도가 1%대에 불과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최근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이 『특수한 국가와 국가의 관계』라는 「중국_대만 양국론」을 제기해 일으켰던 파문으로 인해 더욱 불거진 양안(兩岸)관계이다.
連후보는 『절대다수가 李총통의 새 정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당장의 여론에 편승하면서 李총통 노선의 정식 상속자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반면 宋후보는 『불필요한 혼란을 불렀다』고 李총통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면서 『온건하게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안정희구세력인 국민당 지지자와 변화를 바라는 민진당 지지자를 모두 겨냥하고 있다.
千후보는 『양국론은 내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것과 일치한다』며 대만 독립론의 원조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가 당선되면 양안(兩岸)관계에 긴장이 초래된다고 보는 비토세력을 의식해 독립 주장은 자제하는 태도를 취한다.
대만의 존립과 위상에 관계되는 이 민감한 문제를 선거의 화두로 등장시킨 것은 국민당의 「북풍전략」이란 분석이 많다.
대만 유권자들이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야당의 주장을 먼저 내세워 김을 빼고 중국의 반발로 안보불안이 조성되면 집권 여당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連후보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달 31일 현재 지지율 조사는 宋후보가 31.4%로 계속 선두를 유지했고 連후보가 27.8%로, 19.6%의 千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며 추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宋후보는 대중적 인기몰이, 連후보는 전통의 조직관리, 千후보는 「2여1야」의 어부지리 필승론을 각각 선거전술로 택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출생·대만 성장의 宋, 대만 출생·중국 성장의 連, 대만 출생·대만 성장의 千후보 사이엔 「진짜 대만인」 논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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