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터넷은 남자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20년전 개인용 컴퓨터 혁명이 일어날 때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남자 과학자와 수학자였다. 해커도 남자들이었다. 그 전통대로 현재도 남자 이용자가 훨씬 많다.여성 이용자가 늘고는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 이용자는 작년 전체이용자의 16%였으나 올 상반기에만 4%나 증가했다.
여성 이용자가 늘어나자 언론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에서 성별간의 격차가 무너졌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수치로라도 격차가 해소된 곳은 미국뿐이다. 올초 미국은 여성 이용자가 50%를 넘어섰다. 총 노동인구로는 여성의 수가 많은 영국도 여성 네티즌은 39%다.
프로그램과 사이트의 내용으로 따지면 컴퓨터와 인터넷의 남자중심 현상은 더 심하다. 컴퓨터게임은 거의가 모험 폭력을 소재로 한 소년용이다. 소녀용은 불과 1년전쯤부터야 개발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남자들만으로 가입을 제한하는 토론그룹, 뉴스그룹은 많지만 여자들만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곳은 드물다. 남자 사이트 운영자가 많다는 이야기다.
부모들은 흔히 컴퓨터와 인터넷은 사내아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단체(www.sosig.ac.uk/iriss)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부모들이 아들에게 컴퓨터를 사 주는 비율은 딸에게 사 주는 비율의 두 배다. 우리나라에는 통계가 없지만 남자아이들 학교의 자모회에서는 회비가 즉석에서 걷히는데 여자아이들 학교 자모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별로 나을 리 없을 것이다.
우리의 딸들에게도 기꺼이 컴퓨터를 사 주고 인터넷을 하도록 해야 한다. 수많은 보고서는 인터넷을 쓰는 여성들이 더 높은 보수를 받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린다. 영국의 한 정보통신교육기구(BECTA)에 따르면 여자아이들은 12살쯤부터 과학과 컴퓨터는 어렵고 따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국가와 학교 부모는 과학은 따분하지 않은 것, 컴퓨터와 인터넷은 자동차 운전처럼 컴퓨터 내부원리를 모르고도 할 수 있는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고 여성과학자들 모임(Wise)은 주장한다.
우리의 딸들에게 컴퓨터를 사주면서 어머니들이 특히 잊지 말 것은 인터넷을 쇼핑하는 곳으로만 이용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업가들은 이른바 「여성전용사이트」라는 이름아래 여성상품을 파는 쇼핑몰, 광고가 가득한 여성 포털들을 속속 개설중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핑의 참 재미는 시시각각의 뉴스, 다양한 정보와 견해,「괴짜들」 이야기에 있다.
/박금자
parkj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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