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 세상] 칠거지악 . 삼종지도를 넘어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 세상] 칠거지악 . 삼종지도를 넘어서

입력
1999.08.03 00:00
0 0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전통의 한국 여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가정에 얽매이고 남편에 순종하는, 아들 못 낳는다고 쫓겨나도 할 말 없는, 말 수는 적게, 사회에 대한 관심은 없도록, 남편 일에 간섭은 절대 금물. 이런 여인상은 가부장제 유교 이념이 뿌리 박혔던 조선시대, 그것도 후기에 와서나 만들어진 모습이다.

최근 출간된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청년사 발행·2권)를 보면 한국 여성의 역사는 우리의 상식과 매우 다르다. 고대사회에서 한국 여성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물론 의식주에서 큰 역할을 맡았다. 경제활동에서도 남성에 뒤질 것이 없었다. 이때 여왕이 있었다는 사실만 봐도 여성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다. 고려시대도 여성은 상속의 여러 권리들에서 남성과 큰 차별이 없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불교가 정신세계를 지배한 고려에서는 딸이나 사위 또는 외손이 제사(윤회봉사)를 모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선으로 오면서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가족을 기초 단위로 한 가부장의 질서가 굳어지고 여성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재가 금지 칠거지악 삼종지도 등 대단한 규제가 시작된다. 특히 후기로 오면서 유교 체제를 굳건히 만들기 위해 여성의 권한과 지위를 줄이고 생활을 가정으로 제한하는 통념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 여성의 출생부터 교육, 혼인, 출산, 가사노동 등까지 시대와 주제에 따라 역사적인 자료들을 찾아가며 살피고 있다. 또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또 해방 이후 사회적인 억압을 깨고 앞장 서 정치, 사회, 예술활동을 했던 선구적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화여대 사학과 이배용, 신형식, 김영미 교수와 강사 등 29명이 썼다.

하지만 책은 흥미로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결함을 안고 있다. 주제에 맞는 글만 쓰려한 때문인지, 일부러 흠집내기를 꺼린 탓인지 일부 선구적인 여성의 오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업적 칭찬으로만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정하게 보여주는 것, 공(功)을 칭찬할 때는 과(過)를 지적하고, 그런 일의 반복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하나같이 잊은 것 같다. 김활란 등 책에서 다뤄진 여성들은 정말 위대하기만 했던 인물이었을까?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