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연세대교수·토목공학-자연재해 발생자체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예방대책의 체계적 연구·분석과 실질적 대처능력 개발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처능력은 초보단계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방재의 경제성을 충분히 인식, 방재효과 즉 피해방지(또는 경감)의 경제적 가치를 정량화시켜 국가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기도 하다.
재해·재난은 우리의 삶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식량, 거처, 건강, 때로는 삶의 수단 자체와 생명마저 파괴하고 앗아가버린다. 이는 매우 순간적이며 지역사회전체를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재해의 속성을 생각하면 현행 방재·안전관리 행정상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다음과 같다.
첫째, 방재·안전관리의 주체가 정부기관이다. 시민들은 철저하게 피동적이고 무조건 정부의 「보상」을 상정하고 있다. 이런 여건은 불행하게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이는 민주시민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공직자 훈련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함께 가자」여야 한다.
둘째, 방재·안전예산중 복구비가 예비비인 것도 문제이다. 예산회계제도에서 이를 경상비로 전환하여 필요시 즉시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집행시간의 지연에 따른 문제점은 이 예산이 갖는 본래 목적을 훼손할 뿐 아니라 불합리한 예산집행과 부적절한 소비행태를 조장한다.
셋째, 재해·재난피해지원 규정의 불합리를 하루속히 정비해야 한다. 「보상」이나 「배상」이 아니라 「지원」의 개념으로 전환해야 하며 지원기준이 관련전문기관들간 협력작업으로 공개적으로 설정돼야 한다. 방재활동의 주체로서 시민복지차원에서 「방재보험」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방재·안전관리의 전문성을 배양하는 전문행정이 필요하다. 시민의 생명과 자산을 보호하고 국가·사회기반시설을 보호하는 전문행정을 펼쳐야 하는 분야인데다 광역적이고 계절적이고 순간적인 재난·재해의 특성상 장기적 관측과 대응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각종 공학적 전문성은 물론 기능적 통합 관리행정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이같은 방재·안전관리의 기본개념과 문제점을 토대로 다음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방재·안전관리는 시민중심의 국가관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즉 재해 및 재난의 방지 내지는 경감을 통해 시민의 생명과 자산, 그리고 국가사회의 기반시설을 보호하고 안전하고도 효율적으로 유지 관리함으로써 고도로 정보화할 시민사회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통치정책으로의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방재·안전관리는 국방문제를 제외한 모든 「안전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의 중앙재해대책본부 보다는 책임과 권한이 상향조정된 「(가칭)방재안전관리처」같은 기구가 필요하다. 방재·안전관리의 주체는 시민이고 각급 행정단위는 방재자원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방재자원으로는 물자 인력 기술 정보 통신지원체계, 그리고 지원 및 관리조직 등을 포함한다. 현장 중심의 기능적 통합관리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특히 현장에서 활동할 지역방재단과 지역 자원봉사단을 육성하여야 할 것이다.
시민들과 일선의 방재·안전관리 행정담당자들의 신뢰와 협조, 그리고 적극적 참여가 있을 때만 방재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방재대책은 국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사업자와 국민 모두 각자의 방재에 대한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과 상호협력의 축적에 의해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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