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엔화의 강세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달러당 120엔선이 무너진 엔화는 2일 도쿄(東京)시장에서 114엔대에 거래를 시작, 115엔선마저 붕괴됐다. 한때 일본 당국의 월요 개입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그래봤자」라는 분위기가 무성해 시장은 「엔 사자」로 크게 기울었다.도쿄의 시장전문가들은 엔과 유로과 나란히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서머스 달러저」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일본의 시장개입을 비판, 「시기상조의 엔고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본 당국의 힘을 빼놓았다. 하지만 「미국은 강한 달러를 원한다」는 전임자의 말을 반복할 뿐 취임 1개월이 다 가도록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머스는 하버드대학 교수 시절 『무역적자 해소에는 환율 조정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에 매달린 바 있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최악이라는 점에서 그의 「강한 달러」 발언은 빈말일 뿐 「약한 달러」를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일단 「약한 달러」가 장기 호황을 받쳐 온 국제자금의 유입을 막아 미 경기의 폭발적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관측은 근거가 약하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서머스 장관의 딜레마를 부각한다는 점에서는 주목된다.
어쨌든 서머스 장관이 현재의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일본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개입도 불가능하다. 엔화를 풀어도 투자가들은 미래의 이익을 겨냥, 사들이기에 바쁘다. 또한 엔고 저지의 최대 이유였던 주가 하락 우려도 최근에는 많이 씻어졌다. 도쿄증시의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급격한 엔고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우려와는 달리 1만7,800엔선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