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수마(水魔)와 싸우고 있던 2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세풍(稅風)자금 은닉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5분 발언 격돌이 벌어졌다. 여야는 서로의 수뇌부를 직접 겨냥하며 체면 가리지 않고 온갖 독설을 퍼부어댔다.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이날 발언자를 세우지 않고 침묵했다.첫 발언에 나선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의원은 『세풍사건과 관련한 우리 당에 대한 음해는 대통령 지시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면서 『정부여당의 야당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안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치사하고 비열한 정치술수를 쓰고 있다』면서 『김대통령은 광해군이나 연산군같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어 여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는 또 『지금은 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으니 김대통령의 비자금과 대선자금을 조사하는 게 어떠냐』고 김대통령의 발을 걸어 여당측을 자극했다.
이규택(李揆澤)의원은 『DJP정권은 위기에 몰릴 때마다 이회창총재의 대선자금을 끄집어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며 『지금 야당의원들은 감옥 담장위를 걷고 있는 아슬아슬한 심정』이라고 가세했다. 이의원은 『현정권은 정치보복을 안하겠다고 해 놓고선 틈만 나면 야당을 파괴하고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죽이려하고 있다』면서 『DJ비자금의 전모와 여야의 97년 대선자금을 공평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기 위해 특검제를 도입하자』고 목청을 돋웠다.
국민회의에선 정동영(鄭東泳)의원이 나서 되치기를 시도했다. 정의원은 『재해와 전혀 관계없는 이슈를 가지고 발언하게 된 사실 자체가 부끄럽다』고 일갈한 뒤 『세풍자금 은닉이 사실이라면 이회창총재가 직접 책임지라』고 치고 나갔다. 정의원은 『세풍자금을 정당금고에도 넣지 않고 개인이 받아서 멋대로 써버렸다면 이는 이 땅에 존재했던 어떤 파렴치행위보다도 더 중요한 범법행위』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 및 결과 공개를 촉구, 야당 의석을 술렁이게 했다. 그의 결론은 『야당도 사실규명에 협조하는 것이 결백을 증명하는 첩경임을 알라』는 「충고」였다.
국민회의는 마지막 주자로 김경재(金景梓)의원을 내세워 『이회창총재는 국회를 세풍사건의 방패로 전락시켜 버렸다』며 이총재를 직접 압박했다. 김의원은 『야당이 세풍자금 개인유용 의혹을 야당 파괴공작으로 규정하고 임시국회를 표류시키려 하는 것은 지극히 당리당략적인 발상』이라며 『세풍사건의 당사자인 이총재가 앞장서서 국회와 세풍사건을 분리 대응토록 당론을 유도하라』고 역공을 가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