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력 언론그룹「미디어-모스트」와 크렘린궁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미디어-모스트는 러시아 3대 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N-TV와 유력지「시보드냐」, 라디오「모스크바 메아리」, 시사주간지「이토기」등을 소유한 러시아 최대의 언론그룹 가운데 하나. 최근 러시아 조세당국은 갑자기 이 언론그룹 소속 매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또 국책은행인 브네쉐에코놈반크가 지난해 그룹에게 제공한 차관 6,000만달러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환을 요구하다가 예금차압 소송까지 제기, 승소했고 지난주에는 그룹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즈베레프 크렘린궁 부실장의 해임이 추진되는등 그룹에 대한 크렘린의 공격이 노골화하고 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그룹 소속 각매체의 대표들은 지난달 24일 『알렉산드르 볼로쉰 대통령 행정실장이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며 크렘린궁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매체별로도 보도를 통해 이번 사태를 폭로하고 『정부가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볼로쉰 크렘린궁 행정실장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은 억지』라며 『미디어-모스트 계열의 N-TV등이 자금난에 빠지자 더 많은 자금지원을 얻기 위해 정부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 것은 이 언론그룹 소속 매체들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정적인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보도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 러시아 정가의 분석이다. 관측통들은 『밀월관계이던 양측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자칫 러시아 정치의 전반적인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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