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독서와 낚시, 산책 그리고 깊은 명상」으로 전했다. 김대통령은 『너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여, 충분히 쉬고 사색하는 휴가다운 휴가를 보냈다는 것이다.7박8일의 휴가 중 업무로 만난 사람도 별로 없다. 지난달 25일 진해의 청해대에서 1박 하고 청남대에 가 있다가 1일 오전 귀경할 때까지 윌리엄 코언 미국방장관을 면담한 것 외에는 일정이 거의 없었다. 청와대 참모들도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과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이 29일 김대통령의 코언 장관면담 때문에 내려갔을 뿐 아무도 청남대를 방문하지 않았다. 코언 장관과의 면담은 북한 미사일문제가 워낙 중요한 사안이어서 예외였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청남대에서 이수성(李壽成)민주평화통일 수석부의장과 이인제(李仁濟)국민회의 당무위원을 만났다는 설이 제기됐으나 청와대는 이를 공식 부인했다. 국민회의의 한 의원이 지극히 사적인 일로 김대통령을 찾아온 것 외에는 정치인과의 면담은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 그러나 정계개편을 비롯 몇몇 현안들에 대해서는 필요한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30일부터는 김홍일(金弘一)의원과 김홍업(金弘業)아태재단 부이사장, 미국 유학중 잠시 들른 김홍걸(金弘傑)씨 등 세 아들 및 손자 손녀들과 모처럼 망중한의 시간을 보냈다.
김대통령은 이런 휴식 속에서 독서와 사색을 통해 국정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탐독한 책은 피터 드러커와 브라이언 아서 공저(共著)인 「지식자본주의 혁명」을 비롯 「우리 역사를 움직인 33가지 철학」(황훈영) 맹자(박일봉) 「국민과 내일을 연다-DJ노믹스」 등이다. 이들 서적이 시대 사조와 통치 철학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의 휴가 구상이 어느 방향을 지향하는 지를 짐작케 한다. 김대통령은 유일하게 가져간 보고자료인 8·15 경축사 초안을 첨삭가필하면서 이들 서적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 참모들은 초안의 변경부분이 무엇일 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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