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옥(黃仁玉·37)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울 벤처타운의 홍일점이다. 지난달 28일 벤처타운 18층에 입주한 황씨는 이곳에 사무실을 차린 49개 업체중 유일한 「여성 사장님」. 황씨의 회사 「서울 디자인 서비스」의 30평 남짓한 작업실겸 사무실에는 직원 7명이 일한다. 아직은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첫해 매출 10억원을 목표로 차츰 사업을 확장해 갈 작정이다.캐릭터개발과 디자인 매지너먼트를 겸하고 있는 황씨는 대학(서울산업대 그래픽디자인과) 졸업후 대기업 홍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광고회사 디자인관련 부서로 자리를 옮긴 그는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97년9월 과감히 사표를 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개발한 캐릭터를 애경산업 등에 납품하면서 「사업」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는 등 틈틈히 이론도 익혔다.
『캐릭터 산업은 아직까지 미국의 디즈니나 일본의 키티 등이 휩쓸고 있지만 한국적 캐릭터를 개발하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황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캐릭터에 빠져드는 이유를 두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우리 고유의 캐릭터 개발에 소홀했던 자기 반성이고, 또하나는 아직도 뿌리깊은 외제선호 사상이다. 그러나 10대 사이에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우리 캐릭터가 나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황씨는 서울 벤처타운 입주를 계기로 공공분야의 개릭터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시립 아동변원의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돈벌이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로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벤처타운에 입주하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벤처타운에는 애니메이션과 디자인 소프트웨어 패션 등 서울의 입지여건상 경쟁력이 있다는 「서울형 산업」이 입주했다. 금싸라기 땅값을 견뎌내려면 공장이 필요없어야 하고, 공해를 배출해서는 않되는 산업이 서울형이다. 이들 분야는 여성도 남성과 어깨를 겨룰법 법도 한데, 벤처타운 사장은 황씨말고는 모두 남성몫이다.
94년11월 동갑내기 남편과 결혼한 황씨는 다섯살배기 아들이 있다. 황씨는 사업을 하면서 자신이 점차 「남성화」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을 위해 만나는 사람은 100% 남자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고 했다. 황씨는 『애보기와 빨래, 청소 등 집안일 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인데도 시간내기가 어려워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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