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중북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폭우로 많은 피해가 났다. 곳에 따라 강수량이 500㎜를 훨씬 넘고, 시간당 90㎜를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곳도 있다. 그나마 피해가 이만했던 것은 관계공무원과 주민들이 밤새 경계방송으로 대피를 유도하고 교통을 통제한 결과다.이번 수재는 지난해 이맘때 경기 북부지방을 때렸던 수재의 재판이다.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발표에 뒤이어 국지성 폭우가 쏟아진 것, 기상예보가 빗나간 것, 하천범람 이유와 피해상황 등이 작년과 똑같다. 금요일 기상청의 예보는 최고 120㎜였고, 토요일엔 200㎜를 넘는 곳도 있겠다는 정도였다. 300㎜가 넘는 폭우를 미리 알아내기란 어렵다지만, 새로 마련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첫 예보로는 실망스럽다.
피해지역 행정기관의 수방대책에도 문제가 있다. 하수시설을 잘 정비하고 제방과 댐 시설을 제때에 보강했다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 없을 것이다. 경기 연천에서는 3년전과 똑같은 일이 반복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있다. 96년 집중호우때 유실됐던 연천댐 일부시설이 이번에도 제기능을 못해 연천읍내가 물에 잠겼다. 가물막이 위로 물이 넘쳐흐른 것이다. 댐을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부분적인 보강공사인데 3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 납득할 것인가.
늑장 수재복구공사는 이곳만의 일이 아니다. 작년에 수재를 당한 경기도 북부지역 대다수 시·군들의 복구율은 50%를 밑돌고 있다. 정확한 피해상황을 조사해 행정자치부에 보고하고 예산을 얻어내는 공식절차에 6개월이 걸렸고, 예산이 나온 후에는 혹한기를 피한다고 발주를 늦춰 올 3월 전후에야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날림공사도 경계해야 하지만 수해 예방공사는 다음해 여름 이전에 끝내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
수재를 당할 때마다 국민들은 똑같은 재해를 언제까지 당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원인을 찾아 완벽하게 대처하면 대부분의 경우 수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습수해지역이던 서울 망원동과 풍납동의 예를 다시 들지 않더라도 제방이 낮으면 높이고 물이 잘 안빠질 때는 배수펌프를 늘리면 된다.
또한 이번 수재를 계기로 모든 수방시설의 기준과 용량을 늘릴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하수시설과 제방 댐 등 우리나라의 수방시설은 하루 강우량 300㎜정도를 기준으로 설계한 것이라 한다. 하루 이틀 사이 500㎜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으니 중장기 계획을 세워 모든 수방시설의 기준과 용량을 늘려가야 한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나라 다스리기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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