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미 증권가에 올들어 가장 우울한 목요일이었다. 투자손실에 격분한 「데이트레이더(day trader)」의 총기 난사로 최소한 12명이 사망했고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지수는 올들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기 때문이다.◇데이트레이더란 경찰은 증권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범인 마크 바튼(44)이 인터넷 등을 이용해 초단기 주식투자를 하는 데이트레이더였다고 밝혔다. 바튼이 총기를 난사한 올_테크(All_Tech) 투자그룹도 데이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증권회사였다.
데이트레이더들은 높은 위험을 무릅쓰고 투기적인 초단기 매매를 하기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밝혔다. 바튼과 같이 순간적으로 광기에 휩싸여 끔찍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데이트레이더들의 가장 큰 특징은 증권회사 창구를 통해 주문을 내는 일반투자자들과 달리 자신이 직접 인터넷 등으로 주식을 사고 판다는 것. 직접 주문을 내고, 즉시 거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장기투자보다는 오전에 사서 오후에 파는 식의 초단기 매매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투자종목도 등락이 심한 투기적인 종목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이용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힘입어 96년부터 데이트레이더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이미 전체 주식투자인구의 15%에 이르는 500만명을 넘어섰으며 올해 말에는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될 정도. 데이트레이더들이 늘어나자 E트레이드(E*Trade), DLJ다이렉트와 같은 데이트레이더 전문 증권회사가 생겨났고, 온라인 증권거래 시장점유율 1위인 찰스슈왑의 주가가 미국 최대 증권회사인 메릴린치를 앞지르는 이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주식거래 수수료가 일반 증권회사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해 초단기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사고가 난 올_테크의 경우 1,000주 이상 거래시 25달러의 수수료만 내면 돼 주당 10달러 짜리 주식 1,000주를 사서 주당 0.1달러의 차익만 남기고 팔아도 매수, 매도시의 수수료 50달러를 빼고 50달러를 벌 수 있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더들은 대개 투자종목에 대한 연구보다는 그날 그날의 등락흐름을 이용, 차익을 남기려 하기 때문에 시장이 자신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다. 29일 나스닥(NASDAQ) 증권거래소측이 온라인 증권회사들에게 고객의 계좌 개설때 반드시 투자원금은 물론 신용대출받은 투자자금까지 「날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주가 폭락 이날 뉴욕주식시장의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80.78포인트(1.65%)가 떨어진 10,791.29를 기록, 사상 6번째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24.37 포인트(1.8%)가 떨어진 1,341.03 포인트로 마감했고, 나스닥 지수는 2,640.01 포인트로 전날보다 65.83 포인트(2.4%)가 떨어졌다.
이날 증시의 하락은 2·4분기중 고용비용지수(ECI)가 91년 이후 최고치인 1.1%나 상승,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부각된 데다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3%로 둔화돼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미국 주가의 폭락에 따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한때 달러당 114엔대까지 거래된 끝에 115.38엔에 마감됐다.
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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