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의원회관 사무집기를 일괄교체해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에 정신 못차리는 사무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국회사무처가 2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의원회관 299개 사무실 전체에 책상과 의자등 사무가구를 교체하고 컴퓨터와 프린터를 지급하기 시작한 것은 26일부터. 이중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4억9,000만원의 예산이 쓰여진 사무가구 교체다.
사무처가 일괄교체 방침에 따라 사무용 책상 3개, 고급 등받이 의자 7개, 회의용 테이블 1개 등을 지급하면서 새 것과 다름없는 기존의 사무가구들이 버려지게 됐다.
30일 오후 의원회관 1층부터 7층까지 복도마다 미처 치우지 못한 10여점 이상의 버려진 사무가구가 눈에 띄었고 각 사무실 앞에는 빠짐없이 폐기된 책상용 유리덮개들이 놓여 있었다. 비상 계단 옆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도 어김없이 소파등 덩치 큰 사무가구가 버려져 있었다.
특히 낡은 정도를 가리지 않고 일괄 교체시키는 기준없는 예산사용에 대해 국회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여당의원들은 『이럴때 야당의원들은 뭐하냐』며 교체거부를 부추기는가 하면 『당장 다시 바꿔오라』고 지시를 받은 보좌진들이 옛 사무가구를 되찾아 오느라 진땀을 흘렸다.
국민회의 Y의원은 『예산은 필요에 의해 지급·사용되는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노후된 순서대로 바꿔줘야 하는데 국민세금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무처 관료들의 탁상행정으로 이런 예산낭비가 벌어졌다』고 혀를 찼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 시설관은 『전 행정부처가 실시하는 사무집기교체 3개년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며 『버려진 의자와 책상은 법무부로 보내 교도소등에서 사용할 예정이다』고 해명했다.
과소비추방 국민운동본부 박찬성(朴讚星·46) 사무총장은 『IMF시대에 솔선수범해 예산을 줄이고 절약을 해야할 국회사무처가 하는 일도 없이 멀쩡한 사무집기를 수억원을 들여 바꾸는 행위는 공공기관의 집단 과소비』라며 『납득할 수 없는 혈세낭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기수기자 mounta@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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