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보호법 강화시행 한달 -내달 1일로 개정 시행 한달째를 맞는 청소년보호법이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세미만 청소년을 고용, 윤락행위를 시킨 업주에게는 1년이상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규정은 한층 강화됐지만 현실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유흥업소들은 점점 은밀화하면서 청소년보호법을 「종이호랑이」로 만들고 있으나 경찰 등 단속기관은 과도한 처벌규정으로 인해 단속의 부담마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
29일 밤11시. 「떼제베」와 「허리케인」이 서울의 대표적 윤락가인 청량리 588에 들이닥쳤다. 청소년보호법 강화시행과 때를 맞춰 지난 14일 발족한 서울경찰청 산하 특별 기동단속대인 이들은 전격적이고 은밀한 단속으로 그동안 꽤 성가를 올려왔다.
그러나 이날 단속만큼은 실패였다. H아워 한시간전까지 대원들에게조차 대상지를 비밀에 붙일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지만 10여분 앞서 단속정보가 새버렸다. 이미 홍등은 꺼지고 업소의 문은 닫혀 있었다.
미처 달아나지 못한 윤락녀 19명이 잡혔고 지문확인을 통해 15세, 17세짜리 미성년 윤락녀 2명이 드러났다. 중학교를 다니다 가출, 이 곳에 발을 담근 S(15)양은 『아는 언니의 주민등록등본을 들고와 6월에 취직했다』며 『우리 또래가 한집당 한명이 넘는다』고 천연스럽게 말했다.
같은 시간 구로구 가리봉동. 삐끼들이 골목골목마다 서서 『영계들과 놀고가라』며 취객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단속을 의식해서인지 손님에 대한 선별작업을 거쳐 들어간 업소에는 한눈에 봐도 10대 중반 또래인 접대부들이 얇은 원피스차림으로 나타났다.
『단속이 심해 봉고차에 접대부를 싣고 다니며 공급하고 아는 손님에게만 10대를 내놓는다』는게 7월 들어 바뀐 이곳의 운영방식이었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주류판매행위는 차라리 공공연했다. 서대문구 신촌의 경우엔 미성년자만을 상대하는 락카페가 등장했고 송파구 신천동 일대에는 10대들이 하루 70만원에 단란주점을 빌려 운영하는 일일 락카페가 방학을 맞아 호황을 누린다. 신천에서 만난 한 고교생은 『10대들 없으면 유흥업소가 장사 되나요』라고 되물었다.
◆단속과 법규의 문제점
7월 한달간 서울 경찰청 산하 각 경찰서가 총 54건을 단속한데 비해, 떼제베와 허리케인은 단 3차례 단속에서 30건의 실적을 올렸다. 『없어서 안하는게 아니라, 안해서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한 경찰관계자는 『법규가 엄하다보니 자기 관내 업소의 목숨줄을 사실상 끊어놓는 청소년 접대부 단속에는 아무래도 소극적』이라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경찰관계자는 『법규가 엄해지면서 업소의 영업행태가 더욱 은밀해져 현재 각 경찰서의 단속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법이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화된 청소년보호법의 주요내용인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은 10년전의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유명무실하다. 방배동 카페골목을 통행금지구역으로 정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단속활동도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동훈기자 dhlee@ 노원명기자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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