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창(唱)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정통」에 가깝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힙합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것을 할 뿐이예요. 그런 것을 두고 너무 대중적이다, 정통이 아니다, 이런 건 억울해요. 제가 양복을 입는다고 미국사람이 되나요』27일 기자회견에서 「지누션」의 멤버 「션」은 또박또박 그러나 할 말을 다했다. 이제 그들은 힙합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러나 가수는 노래로 말해야 하는 법. 양현석(29), 지누션, 원타임, 그리고 신예 여성래퍼 렉스(20)가 프로젝트 앨범 「YG 패밀리」를 냈다. 양현석의 별명이자 음악기획사인 「양군(기획)」의 영어 이니셜을 딴 것이다.
이 패밀리는 이제 청소년들에겐 가장 대중적이지만, 아직도 일반엔 낯설기만한 힙합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상업적으로는 무명의 정통 힙합 그룹들이 외려 활개를 치고 있는 한국의 힙합계. 나름으로 「한 계보」 한다는 양현석과 그의 후배들이 뒤늦게 「평정」을 다짐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의 힙합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우리는 Y.G 패밀리」(양현석 작사·페리 작곡)는 「백색가루에 뻗친 끝이 없는 욕심/너 모르게 죽어갔던 아비를 지켜본 어린 아이 눈속에 비친 너의 개만도 못한 짓이여/이제는 끝이여」라며 마약에 빠진 세상에 수비대로서의 「힙합 전사」 이미지를 강조한다. 총을 들고 빌딩에 서 있는 뮤직비디오를 찍다 상황을 오해한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에피소드가 있다.
지누션이 부르는 「YG 바운스」는 축구 선수보다 짧은 머리를 강요하는 방송관계자를 질타하면서도 「아직 갖추지 못한 노래 실력으로 얼굴 팔아 거저 먹겠다는 태도/남의 걸 갖다 베끼고도 니가 최고가 되고/모두가 네게 속았지/안그래도 열받는 세상이야/왜 그래」하며 장삿속 가수를 강도높게 비난한다. 앨범에는 「미친 새끼」 등의 욕설도 나오지만, 정작 이런 상말 보다는 가사가 더 아프게 느껴진다. 「아직도 돈이 부족한지 황금알을 구하는」이라며 정치인을 비꼬는 「흑과 백」(송백경 작사·페리 작곡) 등은 모두 중간 템포의 리듬에 대중적 멜로디를 입혔다. 그래서 힙합 장르에 대한 이질감은 훨씬 줄어든다. 록 스타일 기타 반주와 힙합을 배합한 「돈돈돈」은 돈 때문에 「돌아버린」 사람들에 보내는 원타임의 비아냥.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한 사랑 노래인 「서둘러」는 마피아 보스의 연인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서정적 멜로디가 힙합 앨범의 수록곡이라고 보기엔 너무 대중적이다.
『우리 앨범은 이미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오히려 힙합을 모르고 싫어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힙합의 매력을 알게 해주려고 기획된 것』이라는 양현석의 설명. 이런 대중적 코드는 의도된 「일탈」이다.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하는 것은 8월말까지이고, 이후엔 양현석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블루스적 음성을 가진 렉시만이 함께 활동할 예정. 8월 8일 올림픽펜싱경기장에선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를 마련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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