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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치 취임 1주년] 주가와 함께 한 지지율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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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부치 취임 1주년] 주가와 함께 한 지지율 상승

입력
1999.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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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천당으로」3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일본 현대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대반전을 이끌어 냈다. 전후 3번째로 낮은 33.1%(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의 지지율로 취임한 오부치 총리는 한때 24%대까지 떨어져 조기 퇴진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지난해 10월을 고비로 급상승, 지지율이 최근51.1%로 뛰어올랐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총리가 50%대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데 1년9개월이 걸렸던 데 비하면 실로 놀라운 속도다.

지지율 급반전을 두고 「보통사람이라는 안심감」「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식은 피자」 「범인(凡人)」이라는 차가운 평가가 「신뢰감이 가는 지도자」로 바뀐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오부치 총리의 성과는 외교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우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일과 오부치 총리의 답방을 통해 일본 외교에서 「눈앞의 벽」이었던 한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했다. 대미 관계도 양국 정상의 교환 방문과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 통과로 동맹관계가 굳어졌다. 교환방문을 통해 중국과의 우호관계도 재확인했고 평화조약 체결을 목표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방향을 잡았다.

내정도 높은 평점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해 11월 자유당과 연립에 합의, 1월 연립정권이 발족한 데 이어 최근 공명당과의 연립 협상이 매듭단계에 접어들어 정권기반은 날로 확고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일본 경제의 자신감 회복. 지난해 10월 금융재생 관련법 통과로 금융불안의 불길을 잡고 11월에는 24조엔 규모의 긴급경제대책으로 꺼져가는 경기의 불씨를 살렸다. 그 결과 1~3월 국내총생산(GDP)이 1.9%(연 7.9%)나 늘어 경기회복의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거품경제 붕괴 이래 최저수준인 1만3,000엔대로 떨어졌던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日經)평균주가도 최근 1만7,000~1만8,000엔의 상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지율과 주가의 뚜렷한 동반상승으로 「오부치 주가」가 정착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보수 대연정 출범을 위해서는 자유당과 공명당의 이견을 조정해야 한다. 또 실업과 과잉설비 문제를 풀어 경제회복 기조를 유지해야 플러스 성장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이런 난제조차 「미션 임파시블」로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바로 오부치 정권의 장수를 말해주는 듯하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오부치 취임 1주년] 정권의 쌍두마차 노나카,미야자와

오부치 정권을 떠받쳐 온 기둥은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72) 관방장관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78) 대장성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노나카장관은 정국·국회운영의 사령탑을 맡아 자유·공명당과의 연립노선을 추구, 정권 기반의 안정을 이뤄 왔다. 또 미야자와장관은 「경제재생내각」의 조타수로서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일본 경제의 추락을 막았다.

총리를 지낸 미야자와는 노구를 이끌고 정치 후배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응했다. 경제적으로 가장 위태로운 시기였다는 점에서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기대대로 그는 지난 1년간 과거의 실정(失政)까지 추궁받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경제재건 정책을 의욕적으로 펴 왔다.

노나카는 일본 정계 실력자인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총리가 파견한 「집사」로서 「소공자」인 오부치 총리를 성심성의껏 보살펴 왔다. 개인적으로 구원(舊怨)이 첩첩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자유당 당수와 연립협상을 성공시켜 오부치 정권을 반석위에 올렸지만 「변절자」라는 비난을 감수해야했다.

오부치는 9월21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정조회장의 도전을 간단히 따돌리고 제2기 정권을 출범시킬 것으로 확실시된다. 하지만 1기 정권을 받쳐 온 두 사람의 공백은 누가 메울 것인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

*[오부치 취임 1주년] 오부치 웃음뒤엔 '칼날' 이?

오부치 정권 1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오랫동안 국민적 논란속에 잠자고 있던 주요 법안이 너무나 쉽게 국회를 통과하고 있는 현상이다.

「전쟁법안」으로 불리기도 한 미일방위협력지침 관련법이 중·참의원을 통과, 내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히노마루(日ノ丸·일장기)」와 「기미가요(君ガ代)」를 각각 국기·국가로 하는 국기·국가법안도 중의원을 통과, 내달 13일 폐회 이전에는 무난히 참의원을 통과할 전망이다. 마약·총기범죄 등 조직범죄에 대항하기 위해 도청을 허용한 이른바 「도청법안」이나 조직적인 주민 관리를 가능하게 할 주민대장법안도 곧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한결같이 논의 자체가 금기시될 정도로 논란을 빚어 온 이 법안들의 통과는 사실 일본 보수파의 오랜 숙원이었다. 자민·자유·공명당의 보수 대연정 바람속에서 전통적 견제세력인 사민·공산당의 반발은 무의미해졌고 민주당도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일본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이 근본적 배경이라지만 「구렁이 담넘어 가듯」능란한 오부치 총리의 타협·조정술도 톡톡히 한 몫을 해 왔다. 그래서 야당과 국민의 경계심을 동시에 풀어온 그의 「어리숙한 웃음」도 이제는 주의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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