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종합과세를 놓고 이러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조기에 재시행해야 한다, 미뤄야 한다, 조기시행을 검토하겠다, 아직 때가 이르다 등등 하도 분분해서 종잡기가 힘들다. 강봉균 재경부장관은 『내년 재시행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고 재경부 관계자는 『법은 올해 고치되 시행은 2001년부터 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8·15를 맞아 김대중대통령이 확실한 입장을 천명할 때까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운명을 점치기는 힘든 상황이다.금융종합과세 재시행 문제는 처음부터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기했던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와 학계등에서 금융종합과세 백지화를 비판하고 나섰고, 정부는 이를 방어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당초부터 정부의 정책의지가 확고하지 못했다. 정부는 마지못해 끌려가는 듯한 태도를 먼저 고쳐야 한다.
정부가 금융종합과세 시행여부를 검토하면서 여건을 따지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과 시행하지 못할 여건을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거 금융실명제 도입여부를 논의할 때 단골로 등장하던 자금의 제도권 이탈 우려를 다시 내세우는 것은 옹색하다. 자금은 이미 실명제의 틀안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종합과세를 재시행한다해도 제도권내에서 서로 이동할 것이다. 더구나 최근 자금이 증시에 몰려 있으니 종합과세를 시행한다고 해서 증시로 자금이 더 몰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은 정부의 「정책의지」 문제로 귀착된다. 국회의원등 정치권의 상층부가 대부분 금융종합과세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사실은 알려진지 오래다. 실질적인 걸림돌은 정치권이지 다른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정치권의 압력을 물리치고 재시행을 강행할만큼 의지가 확고하냐가 문제다. 환란을 겪으면서 경제적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럴수록 빈부갈등을 완화할 완충장치가 절실한데, 바로 금융종합과세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다. 정부는 빈부갈등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금융종합과세를 위해 올해 법을 고치고, 실제 과세는 2년후부터로 늦추겠다는 발상은 찬성하기 어렵다. 국민에게 종합과세를 시행키로 했다고 일단 점수를 따놓고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민은 금융종합과세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원하는게 아니라 시행 자체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망설이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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