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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사채빚 없는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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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사채빚 없는 하늘나라로…"

입력
1999.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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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죄송합니다』28일 오전 4시께 서울 도봉구 도봉동 S아파트 10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30)씨가 남긴 유서내용은 너무나 짤막했다.

95년 명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씨의 꿈은 「회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후 언젠가 창업해 훌륭한 사업가가 되는 것」. 「고시공부를 하라」는 가족들의 권유를 저버린 것도 오래 전부터 간직해온 포부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회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김씨는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했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결국 지난 해 11월 회사원생활을 접고 자신의 평소의 꿈을 펴보기 위해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자그마한 옷가게를 마련했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하지만 후대에는 창궐하리라』는 마음으로 당차게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게 마련때 1,000만원 가량의 사채를 빌려쓴 것이 화근이었다. 이자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돈을 빌려쓰고 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빚은 2,000만원이 넘게 됐고 올 3월부터는 가게 임대료까지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동네 사람들에게서 빌린 돈은 늘어만 갔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그가 빚에 쪼들리자 하나 둘씩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한 마을 아주머니가 돈을 받아내기 위해 김씨를 고소, 28일 도봉경찰서에 출두하라는 통보까지 받았다. 도봉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경찰에 출두하라는 통보가 김씨에게는 큰 좌절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돈이야 갚으면 되지 바보같이 왜 죽어…』라며 오열하는 김씨의 어머니 박모(62·여)씨. 자그마한 식당에서 버는 돈으로 도봉구 도봉동 단칸셋방에서 남편등 세식구가 함께 어렵게 살면서도 박씨는 외아들 김씨가 있었기에 참고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소박한 행복」마저 사라져버렸다. 친구들도 없이, 영정도 없이 썰렁하기만 한 김씨의 빈소는 그래서 너무나 처연했다.

/김현경기자 moo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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