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8일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을 비록 불구속 입건하고 귀가조치시켰으나 정치자금법위반혐의로 사법처리키로 한 것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여권실세인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를 구속시킨데 이어 최시장까지 사법처리함으로써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엄정한 법집행이 우선임을 강조한 셈이다. 지난달 25일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선언한 이후 최근 검찰이 보인 행보에는 변화된 기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가지 조짐들이 적지 않다. 인천지검이 경기은행사건으로 2명의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을 10여일 간격으로 사법처리하게 된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의 사정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천지검은 이날 오전 최시장을 소환한 직후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댔다』고 밝혀 사법처리 의사를 분명히 했었다. 최시장 소환을 둘러싸고 대검과 인천지검이 미묘한 알력관계를 빚었으나 검찰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임지사라는 대어(大魚)를 잡아올리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는데 최시장 처리를 놓고 누구 눈치를 보겠느냐』며 『다만 수사의 완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인천지검과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고 말했다.
임지사부부 구속 이후 여론이 급격히 경기은행 로비사건으로 쏠리자 대검이 이를 진정시키도록 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겼을 뿐, 최시장의 혐의를 덮으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날 최시장에 대한 조사에서 지난해 6·4지방선거 직전인 5월께 서이석(徐利錫) 전 경기은행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경기은행 퇴출을 막기 위한 로비 대가가 아닌 단순한 정치자금으로 결론내렸다.
최시장이 받은 돈의 액수가 임지사에 비해 너무 적고, 최시장이 현정권의 「핵심」과 별다른 인연이 없어 로비대상으로 「효용」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또 서 전행장도 『최시장에게 건넨 돈은 순수한 선거자금이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최시장이 받은 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문제 삼을 경우 사정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는 지자체장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최시장 처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검찰은 다른 지자체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최시장을 아예 입건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축소의혹 등을 제기하는 여론과 범법사실을 알고도 그냥 덮을 수 없다는 수사팀의 의견에 따라 사법처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상 최시장의 사법처리는 경기은행 로비사건 수사를 끝내기 위한 마무리 수순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조카인 이영작(李英作)씨가 받고 있는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사 구속, 서울지검의 대검 압수수색, 최시장 사법처리 등 일련의 사건이 검찰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인지 아니면 검찰의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의 일환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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