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자산건전성을 위해 부실여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주택은행이 독특한 여신관리제도로 부실여신 「0」에 도전하고 있어 화제다.28일 주택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9조8,901억원이었던 무수익여신(국제기준)은 올 6월말 현재 8조3,086억원으로 1조5,000억원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31조2,312억원에 이르는 총여신 가운데 차지하는 무수익여신 비율도 32.7%에서 26.6%로 크게 낮아졌다.
무수익여신이란 기업이나 가계 등에 빌려준 돈(여신)중에서 1개월 이상 이자가 밀린 여신(요주의)에서부터 부도 등으로 돈을 떼일 가능성이 많은 여신(고정이하)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은행측으로서는 손실이 불가피한 부분. 무수익여신이 늘면 늘수록 자산건전성이 나빠져 부실은행의 멍에를 져야한다.
주택은행이 이처럼 무수익여신을 줄일수 있었던 것은 여신협의회라는 제도때문. 신용리스크관리부문장(부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신협의회는 영업본부장 기업금융팀장 여신관리팀장 등 관련 부서장 11명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로 행장을 완전 제외시킨 것이 특징. 위원중 3분의 2이상이 참가해야 하고 제적의원 3분의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돈을 빌려주는 합의체형태로 운영된다. 여신과정의 이같은 민주화에는 김정태(金正泰)행장의 경영철학이 밑거름이 됐다. 김행장은 여신과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3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여신협의회를 태동시켰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한국주택은행 검사 결과에서도 김행장이 취임한 지난 98년8월이후 이루어진 여신중에서 「여신부당취급등」건으로 지적받은 것은 한건도 없다. 「유리알」같은 여신관리 덕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주택은행은 최근 세계적인 금융전문지 유로머니로부터 한국 최우수 금융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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