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컴퓨터 그래픽』(용가리)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의 판타지 무비』(자귀모) 『디지털 포토 리얼리즘의 추구』(유령) 『보이지 않는 컴퓨터 그래픽』(인정사정 볼 것 없다)올 여름 한국영화들의 자랑은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효과. 94년 「구미호」가 처음으로 CG를 도입한 지 5년. 그동안 「은행나무 침대」(96년)와 「퇴마록」(98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99년)을 거치면서 CG는 더 이상의 모험도 어설픈 할리우드 흉내내기가 아니다.
다양한 시각효과를 위해 독특한 방식과 스타일로 CG를 사용한다. 보여주는 것은 단 몇초지만 그것을 위해 수십일의 작업이 필요하다.
「용가리」는 캐릭터 자체가 CG의 개가다. 처음 그림을 그려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게임에 나오는 조악한 수준. 피부질감과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결국 2m짜리 용가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피부를 뜯어내 다시 손질해 스캔을 받았고 두 달 동안의 보완작업을 했다. 용가리 몸도 모두 절단해 스캐닝을 한 후 컴퓨터에서 결합시켰다. 3m가 넘는 큰 미니어처필름을 3D(차원)로 스캐닝할 장비가 없었기 때문.
국내 최초의 잠수함 영화 「유령」. 잠수함 내부는 세트다. 항해하는 잠수함의 모습은 미니어처. 「유령」은 물에서 찍지 않았다. 연기를 피워 물속처럼 연출했다. 소위 「드라이 포 웨트」(Dry for Wet) 기법이다. 잠수함 내부 모니터 장면과 어뢰, 적잠수함과의 전투, 바닷속 고래 등 130컷은 CG다. 각종 첨단장비를 이용, 최대한 실사와 가까운 영상 (디지털 포토 리얼리즘)을 만들어 내려 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환상적인 요소보다는 만화적 사실주의를 위한 CG가 곳곳에 숨어있다. 지하철 승객 지갑을 몰래 훔치는 동작, 살인범의 부하인 짱구(박상면)가 박중훈을 향해 날리는 주먹은 CG로 동작을 단계적으로 처리해 잔상효과를 남겼다. 장성민(안성기)의 불안한 내면은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액션의 속도감을 증폭시킨 것은 모션 블러(Motion Blur)기법.
반면 14일 개봉할 「자귀모」는 귀신 얘기답게 환상적인 CG영화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무려 200컷의 CG, 투입된 돈만 4억원. 3D만 1분이나 된다. 모습이 변화하는 몰핑 기법에서 미니어처, 모델링까지 모든 기법이 총동원됐다. 8분동안 보여주는 저승세계는 미니어처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렌더링(Rendering·컴퓨터로 만든 형상에 빛 색깔 질감을 입히는 작업)으로 연출한 공간의 합성. 저승기차가 도심을 달리는 것도 합성. 호수의 물이 사탄의 형체로 변형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장면은 3D와 실사필름에 CG의 물을 입히는 로토스코핑 작업에 의해 완성됐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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