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빛,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아우른 본격적인 과학박물관을 완성하는게 인생의 목표입니다. 힘이 남는다면 박물관 전문가를 양성하는 박물관대학도 만들고 싶구요』참소리박물관 손성목(孫成木·58)관장의 인상에서 풍기는 것은 「강한 집념」이다. 40여년간 지구촌 곳곳에서 희귀한 오디오기기와 발명품을 수집해 오늘의 참소리박물관을 일군 역경이 얼굴에 씌여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큰 딸 이름은 손소리. 소리에 대한 그의 무한한 사랑을 읽을 수 있다.
그가 축음기에 매료된 것은 14세때. 삼촌이 건네준 고장난 축음기를 밤새 수리해 동틀녁 우아한 침(針)소리를 듣게 되면서이다. 그뒤 손관장은 전국의 골동품상과 고물상을 찾았고, 72년 중동 건설현장에 나가서부터는 세계로 눈을 돌렸다. 물려받은 재산과 건축업으로 번 돈 모두가 축음기를 사는데 들어갔다. 언제든지 물건을 사기위해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다가 테러와 납치를 당한 적도 여러번.
세계에서 유일한 아메리칸 포노그래프를 입수한 경위는 골동품계에서도 유명하다. 손관장이 이 축음기의 행방을 안 것은 82년. 아르헨티나의 매킨토시라는 거부의 소유였다. 두 번이나 아르헨티나를 방문했지만 매킨토시를 만나지 못했고, 물건은 85년 8월 국제경매에 나왔다. 손관장은 남들이 상상못할 고가를 불러 5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축음기를 손에 넣었는데 최종낙찰에서 진 일본인이 뒤늦게 그 가치를 알고 거액의 프리미엄을 제시했던 것. 에디슨전구의 경우 시장에 나온 것은 이미 개당 1만달러를 호가하는 상품. 그는 미국 산속 마을을 직접 뒤진 끝에 주민들이 보관하고 있던 전구를 100분의 1가격에 살 수 있었다.
『내 인생과 생명과 재산을 걸고 시작한 일입니다. 제대로 된 박물관을 마련하는 것이 당장 과제이지만 이 곳의 가치가 알려지면 방법이 생기겠죠』
지금도 희귀 축음기가 나왔다고 하면 지체않고 전 세계로 달려가는 그는 학생관람객에게는 직접 강의에 나서기도 하고 도록을 구입하면 손수 서명도 해준다. 손관장의 으뜸 후원자는 역시 가족. 부인 우종숙(52)씨의 이해와 도움이 가장 컸다. 기자가 취재하던 날 부인은 찜통같은 매표소에서 표를 팔고 있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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