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앞 좁은 복도, 이 삼복더위에 100여명이 복닥대며 10여분을 기다리기란 분명 고문이다. 그러나 그 북적댐조차 즐겁다니. 극단 자세레파토리의 뮤지컬 「서푼짜리 오페라」. 특히 주말이면 동숭아트센터소극장의 정원 140석에서 10여명은 웃도는 승승장구(물론 극장안은 냉방이 잘 돼 있다).철저히 아웃사이더들만의 이야기다. 애초 원작자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강도, 앵벌이사업자, 매춘부를 내세웠던 것은 1920년대 부르조아 사회의 위선과 병폐를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신예 극작·연출가 왕용범(26)은 사이비종교 교주, 조직폭력 두목, 대졸 미취업자 등 지금 이 곳의 일탈자(또는 잠재적 일탈자)까지 합쳐, 세기말 한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블랙 코미디를 검은 음악이 받쳐주니, 점입가경이다. 랩, 스크래칭, 힙합 등 블랙 뮤직과 교회 오르간 반주가 힘을 겨룬다. 오르간은 마침내 격식을 벗어던지고 뽕짝 대열에 합류하고 만다. 아수라장을 뚫고 또렷하게 솟아 오르는 교주의 말, 『너의 전 재산을 다 바쳐라!』
『만일 아직도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보죠. 누구나 갖고 있을 은밀한 욕망을 무대를 통해 드러내, 웃음으로 날려버리자는 거예요』 자기 또래의 시각을 솔직하게 작품화했을 뿐이라는 왕용범의 말. 당당하게 웃길 줄 알기에, 이 연극은 살아있다.
8월 1일 상연을 마지막으로 접으려 했으나, 끊일줄 모르는 성원에 떼밀리듯 8월 5~26일 연장 공연을 결정했다. 내친 김에 재일동포 측의 초청을 받아들여, 도쿄(東京) 등 일본 주요 도시 4곳에서 2개월 순회 공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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