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세계최강의 자리를 철옹성처럼 고수했던 한국양궁이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97년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양궁사상 처음으로 전종목을 휩쓸었던 한국양궁이 불과 2년만에 단 한종목에서도 금메달을 확신하지 못하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26일 개인전에서 남녀포함 3명만이 16강에 진출, 불길한 조짐을 보였던 한국양궁이 27일 드디어 「무적」을 자랑하던 여자단체전마저 16강전에서 탈락하는 이변의 장본인이 돼버린 것.
한국 여자궁사들이 27일 새벽 프랑스 리옹에서 벌어진 여자단체전 16강전에서 「복병」우크라이나에 227-229로 역전패, 선수단이 초상집이 돼버렸다. 이로써 한국은 남녀 개인 16강전에서 7명중 4명이 탈락한데 이어 금메달을 확신했던 여자단체전마저 도중하차, 전관왕 달성의 꿈을 일찌감치 접어야했다.
여자단체전에서 메달권에 들지못한 것은 79년 30회대회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이어 열린 남자부에서는 장용호(예천군청) 김보람(한국중공업) 홍성칠(상무)이 주최국 프랑스를 248-237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한국양궁이 갑자기 추락한 이유는 뭘까. 물론 다른 국가들의 전력 급상승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양궁의 정신력 해이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너무 오래 장기집권해 선수들은 물론 양궁협회나 관계자들까지도 우승에 대한 집념이나 투지가 떨어졌다는 것. 국내 경제위기 이후 선수단에 대한 지원이 예전만 못한 것도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외부요인으로 외국 선수들의 급성장과 한국에 대한 집중 견제를 꼽을 수 있다.
유홍종(현대할부금융사장)양궁협회장의 말대로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옛 영광에서의 안주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는지 귀중한 경험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한편 한국은 28일 휴식을 취한뒤 29일부터 이틀간 남녀 개인전과 남자단체전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이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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