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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없는 아파트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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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없는 아파트는 이제 그만

입력
1999.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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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같이 개성없는 아파트는 싫다」아파트도 튀어야 인기를 끄는 시대다. 교통이나 학군 등 고전적인 선택기준만을 고집하는 사람도 줄어드는 추세. 입지조건만 믿고 특징없이 지어놓은 「고만고만한」아파트들은 분양경쟁에서도 밀리기 일쑤.

고정관념을 깨려는 건설업체들의 아이디어 경쟁도 치열하다. 한 아이디어가 호응을 얻으면 후발업체는 모방을 통해 더욱 새롭고 독창적인 창조에 나선다.

■비로열층 해법(필로티, 베이스-업 등)

아파트의 1층 해법은 건설업체들의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 채광이 안좋은 데다 프라이버시 보장성이 약해 분양에서 항상 「찬밥신세」였다. 대표적인 공법은 필로티 설계. 1~2층 공간을 기둥으로 처리해 아예 1층을 없애는 설계방식으로 최근 아파트 건설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층을 분양받지 않아도 되는데다 공유공간이 보장돼 청약률도 높은 편. LG건설은 지난달 5차동시분양에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LG빌리지 18개동 가운데 공원내 3개동을 2층 높이까지 기둥으로 설계, 최저층을 3층으로 시공했다. 결과는 분양률 100%에 계약률 97.6%. 인근 아파트와 비교하면 경이적인 기록이다.

우남종합건설이 최근 시공한 아파트는 언덕위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베이스업 공법을 도입한 경우. 언덕은 1층 세대의 전용공간. 텃밭으로든 정원으로든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최상층 입주자를 위해 경사지붕과 아파트를 실내계단으로 연결, 다락방이나 작업실 서재 등으로 활용토록 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가변형·주문형 아파트

성냥갑같이 똑같은 구조를 탈피, 입주자의 기호에 따라 내부 공간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가변형 아파트도 등장했다. 실내 벽체를 석고보드 등 가변벽체로 시공해 침실이나 거실을 넓히거나 실내 전체를 원룸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용인 구성지구 대우아파트는 가족수와 개성에 따라 초대형 원룸에서 최대 6개의 방을 만들수 있도록 시공됐다. 한옥의 미닫이문과 흡사한 이동식 벽으로 벽위 위치도 수시로 바꿀 수 있게 돼있다. 주공은 경량벽체를 활용해 화장실 출입구 위치까지 조절토록 한 아파트 건립을 추진중이다.

■방음·방진형 아파트

아파트 가격 결정의 결정적인 요인을 꼽자면 조망권과 소음도. 위층에서 발구르는 소리, 옆집에서 들리는 소음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아파트가 대로변이나 철도 공항인근에 있다면 신경이 더욱 쓰인다. 바닥이나 벽체에 방음·방진재를 시공한 방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 반포와 인천용현에 시공한 아파트에 차음및 진동방지재를 시공, 일반 아파트에 비해 소음을 절반가량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층과 층사이에 별도의 방진재를 시공하는 경우도 많아 「조용한 아파트」로 호응을 얻고 있다. 소음을 차단하는 지점도 벽체와 바닥 뿐 아니라 출입구와 창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열과 방수, 미관 등 부대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3-BAY설계·안목치수

35평형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햇볕 드는 곳에 안방과 거실을 배치하는 것은 건설업계의 오랜 「불문율」. 거기에 방이 하나 둘 끼어들기 시작했다. 이 불문율이 깨지기까지 무려 30여년이 걸린 셈. 거실과 방 2개가 배치되자 실내 채광과 환기가 훨씬 나아졌다. 정사각형 내부구조가 「-자형」설계로 바뀌면서 서비스면적도 넓어지고 공간활용도도 높아졌다. 50~60평형대 중대형아파트는 4-BAY 설계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안목치수」의 도입. 눈으로 보는 면적으로 평수를 계산하는 안목치수의 도입으로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설계와 시공은 물론, 실제 생활에 있어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레저형 아파트

골프와 스쿼시, 수영, 헬스에다 온천까지 아파트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리빙시스템 아파트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하는 곳으로 변모를 꾀하는 것. 레저형 아파트들은 대개 도심보다는 일산이나 남양주 등 경기 일대에 몰려 있다. 단지내 테마공원이나 근린 휴양시설도 여느 유원지 못지않게 가꿔져 있고 운동시설과 부대시설도 왠만한 스포츠센터를 능가한다. 일부 아파트는 전 입주자를 단지내 스포츠센터 평생회원으로 등록해주고 제주 등 유명콘도및 휴양시설과 제휴, 레저생활의 권역을 넓혀준다. 게르마늄광천수를 개발해 연중 무료 온천욕을 할 수 있도록 한 곳도 있다.

■기타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재택근무 여건을 갖춘 정보화형아파트나 생활쓰레기를 소각해 난방비를 절감시키고 환경문제를 해결한 지역난방아파트도 호응을 얻는 개성형아파트들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인터뷰] LG건설설계팀 박은주

백지와의 싸움. 아파트 설계팀 직원들의 고민은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고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어진 공간을 보다 넓고 편리하게 꾸미고 거기에 변화를 주는 일이 쉽지는 않죠. 설계도면이 태평양처럼 막막해 보일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LG건설 주택사업부 주택설계팀 박은주(朴垠姝·27·여·사진)씨는 『최근들어서는 6개월전 모델도 소비자들에게 구식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보편적인 요구에 맞추다보면 개성을 살리기가 힘들어지고, 개성만 추구하다보면 엉뚱한 그림이 나오기도 한단다. 게다가 입주까지는 2,3년이 걸리는 만큼 장래의 기호까지 감안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박씨에게는 자사는 물론이고 경쟁사의 모델하우스를 다니는 게 중요한 일과.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야 좋은 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 국내외 전문잡지를 보며 연구도 해야한다. 타사의 카탈로그를 모아 비교분석하는 일도 등한시할 수 없는 작업.

『설계요원들에게 분양률은 시험성적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팀이 만든 아파트에 분양 신청이 몰릴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9월께 선뵐 경기 용인수지 3차 프로젝트 설계에 여념이 없는 박씨는 『입사 4년차로 부서내에서 막내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느 선배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며 의욕을 보였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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