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사건의 베일이 속속 벗겨지고 있다.검찰이 현재 파악하고 있는 사건의 실체는 진씨가 지난해 9월 고교후배인 강희복(姜熙復) 전 조폐공사 사장에게 조폐창 통폐합 조기추진을 권유, 10월2일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시킴으로써 노조의 불법파업을 유도했다는 것.
반면, 강씨는 지난해 7월말 기획예산위원회가 「2001년까지 옥천조폐창을 경산조폐창으로 통폐합한다」는 공기업 구조조정 계획안을 내놓자 「인건비 50% 삭감」으로 구조조정을 대체하려 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당시 공기업체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대책마련에 부심하던 진씨가 지난해 9월 중순 노조 파업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강씨에게 10월2일 구조조정 방침을 전격 발표토록 권유하는 등 대검 공안부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진씨가 강씨에게 『노조 파업을 무마시켜주겠다』는 등 모종의 「언질」을 해줬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관측이다.
강씨도 이와 관련, 검찰에서 『회사정상화를 위해서는 조폐창 조기통폐합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시 노조 반발을 우려,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진 전부장의 권유로 구조조정방침을 발표했던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결국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당시 「임금문제」로 합법적인 파업을 벌이던 노조가 강씨의 구조조정 방침 발표 이후 11월18일 이사회에서 조폐창 조기통폐합이 최종확정되자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파업을 벌이게 된 것도 진씨가 당초 구상했던 시나리오의 한 부분인 셈이다.
또 12월 들어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고, 검찰과 사측이 파업기간중 구충일 강승회 전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 7명을 구속하고 10명을 파면, 노조원 700여명에게 정직, 감봉 등 징계를 내린 것 역시 진씨의 「공작」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검찰은 결국 진씨가 자신의 발언 내용처럼 당시 조폐공사 노사분규를 촉발시켜 구조조정을 2년이나 앞당기고, 노조의 무력화에도 성공한 뒤 이를 공적으로 과시하는 과정에서 실언(失言)하는 바람에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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