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金泰政)전법무장관이 27일 서울지검 청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인사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 92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지역 기관장 대책회의를 주재,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김기춘(金淇春)전법무장관에 이어 두번째이다.○…김전장관은 예정대로 오후 3시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 지하 1층 민원실을 통해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출입절차를 밟은 뒤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검은색 브로엄 승용차로 청사 민원인 주차장에 도착한 김전장관은 평소의 밝은 표정과는 달리 1층 현관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동안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검사들의 항명파동과 고급 옷 로비의혹 사건으로 지칠대로 지친데다 파업유도 의혹에 연루돼 후배 검사들의 조사까지 받게 되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김전장관은 『파업유도 사실을 알았느냐』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나중에 얘기하자』는 짤막한 한마디만 남겼다.
이어 김전장관과 이훈규(李勳圭)수사본부장의 어색한 만남. 이본부장은 97년 김전장관의 검찰총장 재직시 대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본부장의 인사에 김전장관은 미소로 어색함을 감추었다.
김전장관은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1143호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1105호 조사실에서 이본부장이 직접 조사했다. 이본부장은 『총장과 장관을 지낸 분으로서 예우했으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철저히 캐물었으며, 김전장관도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원래 느긋한 성격인 이본부장은 이번 수사를 맡으면서 내심 부담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수사 시작후 『외로운 처지』라거나 『감옥살이 같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수사기간 내내 식사도 외부 식당에서 배달해 먹거나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하지만 진전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사태 개입 사실이 드러나는 등 간밤의 수사성과 때문인지 그도 이날은 상당히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이본부장은 매일 3~4차례 기자실에 들러 수사진행상황을 설명. 그러나 수뇌부에는 당초 약속대로 일절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무부와 대검 관계자는 수사상황을 몰라 잘 아는 기자들에게 전화로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본부장은 『수뇌부에 보고를 안하는 대신 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니까 수사보안이 오히려 잘 지켜지는 것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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