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문화재인 신라 에밀레종의 애끓는 종소리의 비밀이 밝혀졌다.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의 배명진교수는 에밀레종을 11분의 1로 축소한 모형종(높이 32㎝, 직경 20㎝)으로 실험한 결과 에밀레종의 맥놀이 현상이 도플러효과와 진자의 등시성 원리라는 과학이론을 응용한 것으로 밝혀냈다.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은 신라시대인 771년 성덕대왕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34년간 주조한 것으로 오므라진 종입구와 두툼한 종벽때문에 종을 치면 공기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고 안에서 휘돌며 소리의 여운이 오래가는 게 특징. 특히 이 종은 애끓는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면서 3초간격으로 되풀이되는 맥놀이 현상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이 맥놀이 현상의 원인을 밝히고 재현하기 위한 시도가 많았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경주박물관 및 한국방송공사에 녹음보관된 에밀레종소리를 분석한 배교수에 따르면 신라인들은 종이 흔들리면서 소리가 물결치듯 퍼져나가는 도플러효과를 잘알고 있었다. 그는 이를 입증하는 증거로 종이 좌우로 흔들리는 주기와 맥놀이주기가 일치하는 점을 들었다.
신라인들은 종이 좌우로 흔들리는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흔들이의 등시성 원리를 적용했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이가 1583년 피사성당의 등이 흔들리는 모양을 보고 발견한 등시성 원리는 추가 흔들리는 주기는 추를 매단 실의 길이에 비례한다는 것. 실제 에밀레종은 종을 매단부분에서 타종부위인 당좌까지 2.4㎙미터인데 등시성 원리의 공식(시간=2π 실의 길이/중력가속도)을 대입해보면 3.07초가 나온다.
배교수는 이같은 원리에 따라 모형종으로 맥놀이 현상을 재현하고 이 소리를 담은 반도체칩을 제작했다. 이 칩은 스위치를 조작하면 에밀레종의 맥놀이 현상이 재현된다. 그는 『이 칩을 상품으로 만들면 불교를 믿는 아시아권에 수출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연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