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1,000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지난주 월요일 오전. A자산운용사의 사장과 펀드매니저들이 머리를 맞댔다. 회의를 끝낸 뒤 A사는 주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수선물도 「팔자」에 나섰다. 거꾸로 계속 주식을 내다 팔았던 개인투자자들은 바로 그날부터 순매수행진에 돌입했다.23, 26일. 「대우쇼크」로 주가가 초고속 하강했다. 첫날은 버티던 개미군단들도 26일 후장들어 주가가 급락하자 결국 「팔자」쪽으로 우르르 몰렸다. 엿새만에 개인투자자들이 907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A사는 이번에는 반대로 후장 막판에 500억원대의 주식을 사들였다. 선물도 다시 매수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7일. 주가는 크게 반등했다. A사는 떨어질 때와 오를 때 모두 돈을 벌었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갈팡질팡하다가 큰 손해를 봤다.
물론 모든 기관이 수익을 내고 개인은 항상 잃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각종 첨단 장비와 엄청난 실탄으로 무장한 측이 전투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총탄 몇발로 「고지」를 점령하려는 개미군단의 꿈은 「미션 임파서블」이 되기 십상이다.
『기관들이 개인투자자들을 갖고 노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투자자들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기관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관들의 수익도 결국은 돈을 맡긴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기 때문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스스로가 기관투자자이면서도 고객 돈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 전문 운용회사들에 맡기고 있다. 이들 은행의 단위형 금전신탁 수익률이 직접 운용을 하는 은행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은 개인들이 간접투자에 눈을 돌려야 할 이유를 설명해 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김준형 경제부기자 navid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