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나』91년 6월 베를린이 통일 독일의 수도로 지정된 뒤 49년 이후 옛 서독의 수도역할을 해 온 본은 극심한 정체성의 위기에 빠졌다. 연방정부는 물론, 수많은 유엔 등 국제기구가 밀집해 있고,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이 유럽 어느 도시 못지 않았던 인구 31만명(99년 1월1일 현재)의 작은 도시 본. 연방정부가 하나둘 이삿짐을 꾸리고, 덩달아 외교공관, 국제기구, 기업들도 썰물처럼 본을 빠져 나갔다.
50년전 연합국에 의해 타의로 수도가 됐지만, 이제는 독일 연방정부의 자의에 의해 독일을 대표하는 도시로서의 자리를 내놓게 된 것이다. 본의 실업률은 9.3%. 18만4,000개의 일자리를 갖고 있는 14만명이 월급쟁이로서 이중 70% 이상이 공무원이다. 본의 고민이 한 눈에 드러나는 대목이다.
본의 「몰락」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는 94년 4월 「본_베를린 법(Bonn_Berlin Law)」을 제정했다. 또 이 법에 의거, 같은 해 6월 「보상협정(Compensation Agreement)」을 맺었다. 행정도시, 국제도시, 교육도시, 문화도시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 취지아래 연방정부가 2004년까지 10년동안 15억1,075만 달러를 보상기금으로 본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본_베를린 법이 제시한 미래의 본은 교육·기술의 도시 환경·보건의 도시 농림업의 도시 국제도시 국방의 도시이다. 이에 따라 연방카르텔본부, 연방감사원을 비롯한 24개 연방기관이 베를린, 프랑크푸르트로 부터 역으로 본에 이주해 오게 된다. 16개 행정부중 국방부 노동부 경제협력부 보건부 과학·연구부 환경부 등 6개는 본에 남고, 다른 3개 부처는 인력의 대부분을 본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이 법은 또 각 행정부가 본과 베를린에 지부를 상호 설치토록 규정했다.
베를린 천도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수는 2만2,500개. 그러나 연방기관의 재조정을 통해 7,000개의 일자리가 보전된다. 여기에다 유럽최대 전자통신회사이며 2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도이체 텔레콤」이 본을 「주 거주지」로 선택하면서 상황은 한결 나아졌다. 시 당국은 통일 후 근 10년동안 1만~1만5,000개의 일자리가 추가 창출됐다고 밝히고 있다.
시 도시계획부의 프리츠 레죄프트씨는 『15억1,075만 달러(연방보상기금)이외에 18억3,300만 달러가 각계 단체로부터 기부금 형식으로 전달될 예정』 이라며 『본은 이제 전자통신 등 과학·기술의 본산으로 거듭 태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본=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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