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뉴욕 시즌에서는 뉴욕시티발레단의 50주년 기념행사가 부각됐다. 관심의 초점은 물론 이 발레단을 창단하고 독특한 작품을 유물로 남겨준 조지 발란신에게 모아졌다. 러시아에서 교육받은 엄격한 고전발레 기교를 바탕으로 내용이 없는 순수한 춤을 만들어 신고전주의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83년에 사망했지만 400여개가 넘는 작품들이 고스란히 뉴욕시티발레단에 남겨져 올해도 역시 거의 매일 공연됐다. 전용극장인 링컨센터 앞길이 조지 발란신 거리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한편 현재의 주인들도 뭔가 새로운 작품을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두드러진 결과는 재즈음악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기념공연장에서 재즈오케스트라가 살려내는 객석 분위기를 보면서 당분간 재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새로운 발레를 봤다면 고전은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몫이었다. 다국적 발레단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여러 나라의 무용가들이 모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니나 아나니아시빌리, 블라디미르 말라코프,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라 페리, 아르헨티나의 훌리오 보카, 쿠바의 호세 마누엘 카레노 등 최고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체가 경이로웠다. 그런만큼 발레의 기교와 연기력은 물론 작품의 구성까지 최고의 경지에 이른 감동을 연출해냈다.
바로 이곳에 우리 무용가도 한 사람 있다. 강예나는 런던과 워싱턴에서 발레교육을 받은 후 키로프와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하다가 작년에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에 입단했다. 최초의 한국인이라 기대가 컸는데 부상으로 이번 무대에는 출연하지 못했다. 중국의 얀첸이 예쁘게 춤추는 모습을 보면서 강예나의 화려한 성공을 그려봤다.
뉴욕의 무용을 이야기하면서 현대무용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 무용의 발생지라 그 영향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춤 기교를 없애고 그 자리를 대사나 해프닝 같은 무용적인 아이디어로로 메꾼 것이 이 춤의 특징들 중 하나.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대에서 장난치는 광경을 보면서 객석에서 웃는 것이 훌륭한 감상 태도였다. 30년 전에 유행했던 춤이라 젊은 층의 변화를 기대했었는데 오히려 60세가 넘은 스티브 팩스턴이 깊이있는 작품을 발표해 계몽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젊은 무용가들이 방황한다는 증거였다.
/무용평론가 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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