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김영삼전대통령은 26일 『국가를 바로세우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겠다』면서 사실상 정치재개를 선언했다. 모두가 우려했던 「후 3김시대」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면서 국민들은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김전대통령의 정치재개로 정치판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 갈 태세다. 그를 중심으로 한 별도의 야당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여기에 5공신당설마저 현실화한다면 야당은 그야말로 4분5열되고, 야권의 대 정권 견제력은 훨씬 약화할 것이 뻔하다. 이런 의미에서도 김전대통령 말은 허구적 요소가 있다.
나라를 세우기 위해 반독재 투쟁하겠다면서 야당의 힘을 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지금은 대통령을 지낸 그가 굳이 나서서 반독재 투쟁을 해야 할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 설사 지금 정권에 독재로 보일만한 구석이 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응은 현역 정치인에게 맡기면 된다. 그의 정치재개 선언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노욕」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재개를 탓하기에 앞서 지금의 정권과 정치권은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공동정권이 그를 정치권으로 유인한 측면은 없는가, 투쟁의 빌미를 주지 않았는가를 살펴 봐야 한다. 특히 집권여당의 신당창당 움직임이 김전대통령을 자극했을 개연성이 높다.
국민회의가 추구하는 신당이 총선, 나아가서는 정권의 지속적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심의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재임중 아들의 「국정농단」으로 비난을 받았고, IMF를 초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전임대통령이 다시 정치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김전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정치적 영향력이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가 아니라도 국가를 바로 세울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국민들은 지금 우리나라에 정말 3김씨 밖에 없는가를 생각하면서 심한 자조감에 빠져있다.
그리고 7순이 훨씬 넘은 사람에게 언제 반독재 투쟁을 위해 정치재개의 무거운 짐을 져달라고 부탁했는지 묻고 있다. 3김씨가 또다시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며, 그바람에 또다른 「역사의 망령들」까지 깨어 난다는 사실을 김전대통령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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