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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 미드나이트 시즌, 한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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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 미드나이트 시즌, 한니발

입력
1999.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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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누구나 괜찮은 대중소설 한 권쯤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휴가의 계절이고,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일까? 일상에서 벗어나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라도 앉아 허구지만 새로운 세계에서 짜릿한 흥분을 맛보고 싶은 욕구가 솟아서일까?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은 아무리 흥미진진한 영화라도 넘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겨가며 서서히, 그리고 완벽하게 독자를 사로잡는 장치. 뛰어난 대중 소설은 그 감흥과 전율을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대중소설 시장에서 그렇다 할 작품을 꼽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 미스터리 소설은 과연 불가능한가」라는 주제의 잡지 특집도 가끔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의 자리는 「판타지 소설」이 대신하고 있다. 삶과 죽음, 육체와 영혼을 초월하는 상상력으로 충만한 이런 소설은 하지만 독자들에게 그다지 깊고 넓은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듯 하다. 살인마와 가위, 괴물과 유령이 등장하는 B급 공포영화들이 종교와 소외라는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 「캐리」(스티븐 킹)만한 전율을 안겨주지 못하는 데 비유할까. 상상력이 넘쳐 철학을 잃거나, 어설픈 구성으로 감동을 반감시키는 소설이 흔하다.

이름 난 대중소설 작가들, 특히 외국의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가에게 쉽게 눈길이 가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세계적인 미스터리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 한 권이 이번 주에 번역 출간된다. 「미드나이트 시즌」(대산출판사 발행). 신작은 아니다. 그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테마로 해서 쓴 네 편의 소설 가운데 여름(「파멸의 시나리오」)과 겨울(「라마즈 호흡」) 두 편을 묶은 것이다. 빠진 두 편은 봄이 「쇼생크 탈출」이고, 가을은 「스탠드 바이 미」.

원래 제목이 「영리한 학생(Apt Student)」인 「파멸의 시나리오」는 인간이 지닌, 그것도 이제 열 살을 갓 넘은 아이의 악마성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 나치의 잔학행위에 유별난 관심을 가졌던 영리한 소년이 유대인 포로수용소 자료에서 본 사람과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친다. 숨어 살던 나치 전범이다. 소년은 『고발하겠다』고 위협하며 나치 포로수용소 소장이던 노인에게 유대인 학살의 얘기를 들려주도록 요구한다. 노인의 얘기를 들을수록 심리적 압박이 심해지고 성격도 포학해진 소년이 결국 연쇄 살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을 번역한 이창식씨는 『소년과 노인의 심리 상태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라며 『스티븐 킹을 대표할 만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단편 「라마즈 호흡」은 아기를 낳아 키우겠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미혼모 이야기. 의사로부터 라마즈 호흡법을 열심히 배우던 그는 진통을 시작해 병원으로 옮기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목이 잘린 상태로 현장에서 사망. 하지만 어쩐 일인지 굳었던 몸이 풀리면서 호흡을 시작하고 무사히 출산을 마친다. 소설 마지막 대목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런 짧은 이야기에서도 킹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있다.

또 한 권 눈여겨 볼 외국의 미스터리물은 「양들의 침묵」으로 명성을 얻는 토머스 해리스의 신작 「한니발」(이창식 옮김·2권·창해 발행)이다. 이 소설은 「양들의 침묵」의 성공과 지난달 미국서 출간되기 직전 세운 기록들로 이미 명성이 자자했다. 초판 150만 부, 영화 판권료 1,000만 달러.

이야기는 「양들의 침묵」에서 무사히 탈출한 한니발 렉터(영화 속의 안소니 홉킨스) 박사와 그의 환자였다가 죽음의 위기를 넘긴 메이슨, 그리고 한니발과 묘한 관계에 있는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의 얽키고 힌 싸움과 사랑. 이상 심리와 총격전, 그리고 잔인한 살인의 장면(여기서는 열대 나방 대신 뱀장어가 등장한다)이 속출한다. 영화가 기대된다.

스티븐 킹은 한 마디로 대단한 작가다. 그가 쓴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은 30편이 넘고 거의 모두 베스트셀러가 됐다. 또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졌다. 한 작가의 소설이 이렇게 많이 영화가 된 경우는 드물다. 물론 국내에도 대부분 번역되어 나와 있다. 토머스 해리스는 작품 숫자는 스티븐 킹에 훨씬 못미치지만 인기는 못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책으로도, 비디오로도 작품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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