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州). 구 동독 5개주 가운데 가장 큰 땅(2만9,479㎢)을 가진 브란덴부르크는 베를린과 동·서 유럽을 잇는 천혜의 지리적 이점으로 베를린 못지않게 세계의 주목을 받는 지역이다. 통일후 한때 베를린과의 통합설이 나돌았고, 지금도 양 지방정부가 은근히 기대하는 하나의 주「베를린_브란덴부르크」는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있는 미래 독일의 화두이다.
그러나 통일 10년을 맞는 브란덴부르크는 베를린 시대의 개막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뒷전으로 밀려나 실망으로 가득차 있는 느낌이다. 불만의 출발은 베를린. 독일 통일은 곧 분단된 베를린의 통일로 등식화돼 있고, 베를린의 부흥이 바로 독일의 재건으로 인식되는 게 오늘의 독일 상황이기 때문이다. 구 동독지역 재건이 통일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재원이 동 베를린 지역으로 쏠린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도 통합이 갖는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당장 하루하루를 꾸려가야 하는 주 정부로서는 연방정부가 야속하지 않을 수 없다.
잡아야 할 두마리 토끼
표면적으로 브란덴부르크 주의 실업률은 베를린과 비슷한 16% 수준.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전혀 딴 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빈부 격차. 주도(州都) 포츠담은 임대료가 베를린보다 비싼, 주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부유층이 몰리다보니 세금 등 재정면에서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낫다. 실업률은 베를린의 3분의 1 수준인 6%. 서 베를린보다도 양호하다. 반면 다른 지역은 25~26% 선. 그나마 실상은 이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주 당국자조차 실토한다. 한스_조지 카우어트 주 도시개발·주택·교통 계획팀장은 『통일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높았던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0년후의 모습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실망스런 표정이다.
연방정부가 93년 이후 옛 동독 지역 건물 보수작업에 투입한 돈은 고작 10억달러. 매년 1억6,000만달러가 조금 넘는 액수다. 베를린 건설현장에 쏟아붓는 돈이 매년 163억달러임을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실업자, 『통일이 우리에게 준 것은 빼앗긴 일자리와 배고픔, 모멸감 뿐』이라는 주민들의 원성…. 경제·사회적으로 통일의 딜레마를 최일선에서 체험하고 있는 브란덴부르크의 이런 고민은 다른 4개 구 동독 주에서도 똑같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주 당국은 물류, 교통망을 생존의 돌파구로 잡았다. 200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쇈펠트 국제공항, 시속 400㎞ 이상으로 달리는 베를린_함부르크 간 고속철도(2005년 완공 목표). 제3자처럼 보이는 주 당국이 고속철도 건설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노선 중간지점인 서북부의 페를레베르크 지역이 고속철도 정비 본부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동·서·남쪽에 터를 잡은 3개의 화물·물류 센터와 라인강 엘베강 오데르강으로 이어지는, 1,500㎞에 달하는 동독지역 최장 수로도 브란덴부르크가 꿈꾸는 미래의 원동력이다. 동유럽권 언어에 익숙한 주민들의 언어·문화적 환경은 동·서 관문역을 한층 능숙하게 해 낼,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지금 브란덴부르크에는 BMW,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체와 석유화학회사 BASF, 이탈리아 철강업체인 리바 그룹 등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입장하고 있다. 아직은 기대치 이하지만 지금 심혈을 쏟고 있는 중·소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을 거둔다면 앞으로는 해볼만 하다고 당국자들은 자신한다.
포츠담=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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