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진모(34)가 지난 1년동안 아기를 되찾으려 쏟은 노력들은 미혼모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제도와 편견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 확인시켜준다.아기를 원치않아 헤어졌던 생부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지난해 8월 생후 한달도 채 되지않은 딸을 생부에게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생부는 그 길로 인천의 한 가정에 딸을 입양시켜버렸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진씨는 딸을 되찾으려고 백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정작 진씨를 괴롭힌 것은 입양가정이나 생부가 아니었다. 『여자 혼자 애키우는게 말처럼 쉽나』 『재혼이라도 하면 다른 남자 밑에서 자식이 커야할텐데 차라리 입양이 낫지』 미혼모에게도 아이에 대한 친권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가부장적 사회와 버거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진씨는 제주도에서 서울로 생활터전을 옮기면서까지 경찰서, 상담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은 한결 같았다. 『아이가 애비없이 자라기보다는 양부모밑에서 성장하는게 좋겠다』는 것. 진씨는 경찰조사를 받다 모욕적인 언사를 참지못해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까지 했다. 『미혼모 인권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무시당하는 것 같았다』며 진씨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진씨는 혼자서 8개월을 버티다가 결국 여성의 전화등 단체의 힘을 빌려 이달 15일 딸을 되찾았다. 그것도 양부모의 배려 때문에 가능했다. 진씨는 『아이에 대한 모든 권리가 친부에게 주어지는 바람에 양부모까지도 그동안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했다』며 딸의 또다른 부모에게 미안해했다.
사랑했던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았을뿐 거리낄 것이 없는 진씨는 『미혼모가 엄마가 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뼈저리게 깨달아야했다』면서 『우리사회에서 진정한 남녀 평등이 이뤄지기는 아직 먼 일인 것같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