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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 '시장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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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부 '시장과의 전쟁'

입력
1999.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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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바다 발언」이 나왔던 5년전 여름. 라면까지 동나는 엄청난 사재기 바람이 휩쓸자 정부는 생필품 방출확대와 함께 강력한 매점매석 단속에 나섰다.이내 혼란은 수그러 들었지만 그것은 생필품 공급이 늘어나서도 아니고, 행정단속이 무서워서도 아니었다. 불바다 발언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확신이 국민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지금 금융시장과 전쟁을 하고 있다. 혼란의 진원지인 채권투매과 수익증권환매를 진압키 위해 정부는 발권력과 행정력, 두가지 무기를 빼들었다. 돈은 한국은행에서 얼마든지 공급할테니 안심하라는 것, 그래도 계속 기관들이 수익증권을 환매해간다면 강력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무기가 「정답」일 수 없다는 것은 26일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증됐다. 한 정부당국자는 『나만 살겠다고 돈을 빼가는 것은 명백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결국은 같이 죽는다』며 시장의 자제를 촉구했다.

현재의 금융시장이 아주 변덕스럽고 이기심에 빠져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라도 변덕스러울 수 있고, 이기적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장이다. 초대형 재벌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이고, 그래서 「내 돈」이 어떻게 될지 불안한 상황에서 시장이 우직해주기만을 바라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발권력으로 틀어막고 행정력으로 누른다고 해결될 혼란이 아니다. 5년전 사재기 심리의 진정이 생필품 공급와 행정지도 아닌, 전쟁에 대한 우려의 소멸 덕분인 것과 같은 이치다. 투자자 스스로 재산의 안전에 대한 믿음이 서도록 정부가 대우문제만 조기처리하고, 그 청사진만 제시한다면 시장은 저절로 침착해질 것이다.

/이성철 경제부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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