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없이 태어난 듯한 작가들이 있다. 그들에게 「외부」와의 관계는 의미가 없다. 의미있는 관계란 언제나 감각적이고 관능적 범주의 그것이어야 했다. 그들은 사회의 일원이기 보다 오감의 육화(肉化)로서의 인간이기를 택했다. 그러나 미답(未畓)의 감각의 땅을 개척한 일본 소설가들은 그들 문화의 자랑이자, 외국 독자에겐 멋진 이국풍경이다. 무라카미 류나 요시모토 바나나가 갖고 있는 감각적이고 관능적 세계.그러나 그들의 「사(私)소설」이 인기의 반경이 넓다면, 그만큼이나 반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텐토 아라타(天童荒太·39)는 86년 「하얀 가족」으로 제3회 노세지다이(野生時代)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일본 작가. 96년 「가족사냥」으로 야마모토 슈고로(山本周五郞)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는 차세대 작가로 급성장했다. 그는 가정 폭력, 이지메(집단 따돌림), 신흥종교 등 현대 일본 사회의 병리를 솔직담백한 문체로 풀어냈다.
「영원의 아이」(살림출판사)는 올 일본 출판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들면서 나온 그의 신작이다. 일본 문학계의 「신주류」로 떠오른 「사소설」들에 비해 그의 소설은 플롯이나 주제면에서 스케일이 크다. 종합병원 수간호사인 구사카 유키, 작은 법률사무소 소장인 나가세 쇼이치로, 경찰 수사반장인 아리사와 료헤이 등 세명의 스물아홉 살 젊은이들의 현재와 과거가 격자로 모자이크를 이룬다. 17년전 이 세사람은 정신병동에서 만난 적이 있다. 성폭행의 후유증을 앓는 소녀(유키), 남편과의 불화를 아들의 몸을 담뱃불로 지지는 것으로 상쇄한 어머니를 두었거나(료헤이),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문란한 생활로 상처를 입은(쇼이치로) 영혼이다. 그러나 정신병동 퇴원 기념으로, 또 「구원의 제의(祭儀)」로 유키의 아버지를 살해한 이들은 17년 후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구조는 작가의 감수성과 어울려 소설적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번역 김난주.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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