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를 풀다 엉뚱한 말이나 상스런 욕을 해 주위사람들을 웃긴다. 그것도 모자라 사회자는 일부러 출연자를 웃음거리로 만든다.(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 아들에게 용돈달라며 구호를 외치거나 「죽기살기」로 무대에 올라 장기자랑을 펼친다.(KBS 「파워 100세」) 젊은 첩과 살면서 자식들에겐 늘 주책없는 행동만을 일삼는다. (MBC 「하나뿐인 당신」) TV에 나오는 노인들의 일상이다.95년 현재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인구의 9%. 인구학자들은 2000년엔 10.7%, 2020년 19.5%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노인 복지정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외로워 자살하는 노인이 적지 않으며 서울 파고다 공원엔 많은 노인들이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해 허기진 배를 안고 기다린다. 이런 현실에서 TV 방송사가 다뤄야 할 노인프로는?
KBS가 20일 첫 방송한 「세계의 노인들_영국노인들의 홀로서기」는 그동안 방송사가 외면해 온 노인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를 기념, KBS가 10부작으로 제작한 「세계의 노인들」 첫회분은 93년 영국 중앙정부가 노인복지를 지방정부와 복지서비스 단체로 이관한 후의 변화상을 통해 바람직한 노인정책의 대안을 제시했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복지 재정을 축소하는 대신 무료 혹은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입주할 수 있는 노인 임대주택를 확대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또 지방정부와 복지서비스 단체는 주간보호시설, 주택개량사업 지원등 노인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그리고 부인봉사자협회등 자원봉사단체의 활약상은 어떤 식으로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이 전개해야 할 것인지 제시했다. 또 「알피엘」등 노인단체와 노인들의 견해를 소개해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노인 문제가 무엇인지 소개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노인 문제는 재정 상황이 다른 지방정부마다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인 점. 그러나 대부분의 영국 노인들은 변화된 상황에 적응해 재취업이나 단체활동등을 통해 주체적인 노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45분안에 노인들의 생활, 정책, 노인관련 단체 활동을 다 넣으려다 보니, 다소 구성이 난삽해지긴 했으나 선진국 노인들이 어떤 식으로 노후를 설계하고 이끌어 나가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KBS는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15분 9편을 더 방송한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이행으로 복지연금 대폭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_경제위기속에 신음하는 노인들(27일) 닭장이라 불리는 좁은 아파트에서 대부분 살고 있으며 노인 자살율이 높은 홍콩_ 새장속의 노인(8월3일) 간병보험등 새로운 사회보험을 도입하고 있는 독일_또 하나의 통일(8월10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가장 긴 일본_신인류의 선택(8월17일) 40세만 돼도 노인대우를 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_진정한 평등을 위해(8월24일) 실버산업이 가장 발달 된 미국_기업이 노인을 돕는다(8월31일) 1억2,000만명의 노인들이 생활하는 중국_위기의 노인(9월7일) 노인들도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족과 사는 이스라엘_키브츠 3대(9월14일) 세대간 친화 속에 여가와 취미활동을 하는 스페인_장미빛 인생(9월21일)을 방송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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