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단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 YMCA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교수와 변호사, 자동차 전문가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자동차 급발진 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에 대한 현장조사와 함께 피해자 법률구조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5월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급발진 진상조사 작업과 자동차 제조업체의 개선조치가 미온적이고 책임전가에 급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정부의 진상조사활동 문제점=국민대 사공석진(司空石鎭·전자공학)교수는 『정부는 급발진의 실체적 원인을 밝히려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운전자의 개인실수 쪽으로 돌리려 하는 것같다』고 말했고, 자동차기술연구소 박인송(朴仁松)연구원은 『급발진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려 하지 않고 결과를 예단해 놓은 채 짜맞추기식 조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진상조사는 자동차나 부품이 정상적인 지를 파악하는데 그치고 사고의 핵심인 전자제어장치와 관련, 자문교수단과 시험요원 중 전자공학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제조업체의 소극적 태도=급발진을 주장하는 피해자에게 『정부조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식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들은 수출용 차량에는 상대국의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시프트 락(Shift Lock)」을 장착하고 있으나, 내수용 차량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서울YMCA측은 『제조업체들은 정부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에라도 리콜을 통해 「시프트 락」을 장착하는 등 실행가능한 개선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발진 사고 실태=소비자보호원(5월말 현재)과 「급발진 피해자 모임」에 접수된 급발진 추정사고는 각각 344건, 583건. 하지만 일선 경찰서의 조사는 원시적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윤모(32·여)씨는 6월25일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9,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가져온 장비는 고작 줄자와 사진기 뿐. 20여분간 사고현장을 둘러본 경찰은 『국과수에 의뢰해봐야 소용없으니 「운전미숙자」로 벌금을 물고 끝내는 것이 좋다』며 오히려 윤씨를 설득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사동 Y빌딩 지하주차장에서 급발진 사고로 피해를 입은 정모(43·여)씨는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 견인비용 10만원까지 들여가며 국과수에 수사의뢰했다. 그러나 정씨는 3개월여 후 「전자파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 논단할 수 없음」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을 뿐이다. 일선 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급발진 사고를 조사할 능력도 없고 수사지침이 내려오지도 않았다』면서 『지방경찰청 단위의 「급발진 사고전담팀」의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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